China’s “Civilization Discourse” and Dual Community Narratives in the Xi Jinping Era: A Critical Discourse Analysis(CDA)
1 CIRC, Kookmin University
DOI: https://doi.org/10.33334/sieas.2026.45.1.211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how the "Civilization Discourse" in Xi Jinping‘s era structurally links the internal narrative of the "Community for the Chinese Nation(ZMG)" with the external vision of the "Community of Shared Future for Mankind(RMG)." Utilizing Fairclough’s Critical Discourse Analysis(CDA) as a methodological framework, this paper analyzes key official texts, including the report to the 20th National Congress. The analysis reveals that the two community narratives are not contradictory but mutually reinforcing through a logic of "internal molding and external projection." Specifically, the ZMG discourse functions to consolidate a unified internal identity by emphasizing the "casting" of the Chinese nation, thereby securing domestic stability. Conversely, the RMG discourse projects this internal success as a universal "Chinese solution" to the Global South, challenging Western-centric norms. The study argues that this dual structure serves a fundamental political purpose: shifting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basis of legitimacy from economic performance to "civilizational inheritance." Ultimately, the "Civilization Discourse" operates as a strategic apparatus to justify strengthened internal control while simultaneously expanding China’s international discursive power(huayuquan) under the banner of "Chinese Modernization" and a "New Form of Human Civilization."
Ⅰ. 서론
2023년 6월 2일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문화전승발전좌담회(文化传承发展座谈会)에서 ‘중화민족 현대문명(中华民族现代文明, Modern Civilization of the Chinese Nation 이하 MCC)’ 건설을 당의 새로운 문화적 사명으로 공식 선포한 것은, 개혁개방 이후 고속 성장의 종료에 따라 경제적 성과를 넘어선 새로운 통치 정당성 기반이 요구되는 국내적 상황과 맞물려 ‘문명’이라는 키워드가 국가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최상위 전략 개념으로 전면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5천 년 중화문명의 유구함을 강조하여 문화적 자신감을 회복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은 ‘결합’ 담론을 핵심 장치로 전면화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기본 원리와 중화 우수 전통문화를 결합하는 “제2의 결합(第二个结合)”을 통해 당의 통치 이념을 문명의 정통 계승자로 위치시키고, 나아가 이러한 결합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유기적으로 통일된 새로운 문화 생명체”의 창조를 통해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와 전통문화의 현대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심층적인 전략적 고려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新华社 2023). 시진핑 시기 ‘두 가지의 결합(两个结合)’은 마르크스주의 기본 원리를 중국 혁명·건설의 구체적 실천과 결합하는 ‘제1의 결합’과, 마르크스주의를 중화 우수 전통문화와 결합하는 ‘제2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는 특히 ‘제2의 결합’이 중국 공산당 정당성을 문명·역사적 정통성으로 전환·확산하는 매개 기제로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세계 100년 미증유의 대변화 국면(世界百年未有之大变局)”으로 특징지어지는 글로벌 질서의 급변 속에서,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서구 모델과 차별화된 ‘인류문명 신형태’를 창조하고 있음을 역설함으로써 서구 중심의 문명 담론에 도전하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에 자국의 발전 경험을 대안적 가치로 제시하고자 한다(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 习近平 2022). 이러한 맥락에서 공식화된 ‘시진핑 문화사상’과 2023년 제안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全球文明倡议, 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는 문명의 다양성과 독자적 발전 경로를 옹호하며 서구의 단일한 근대화 모델에 대항하는 규범적 도전이자,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이라는 내부적 목표와 국제적 영향력 확대라는 외부적 과제를 ‘문명’이라는 담론으로 통합하여 수행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习近平 2023a; Dian and Menegazzi 2025).
현시점 중국의 정체성 구축 서사는, 심층적으로 관찰할 때, 일견 상이한 두 방향성을 지닌 공동체 담론이 동시적으로 추진되는 양상을 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축은 내부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되는 ‘중화민족공동체(中华民族共同体, Zhonghua Minzu Gongtongti 이하 ZMG)’ 의식의 주조(铸牢) 작업에서 확인되는데, 2021년 거행된 중앙민족공작회의를 기점으로 ZMG 의식의 확립은 당 민족공작의 ‘중심축(主线)’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으며, 이는 과거 페이샤오퉁(费孝通 1989, 3-4)이 제시했던 ‘다원일체(多元一体)’라는 고전적 구도 내에서 ‘다원(多元)’의 가치보다는 ‘일체(一体)’의 당위성을 결정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习近平 2022).
ZMG 는 이렇듯 국내적으로 ‘단일한 주체’로서의 통일성과 결속력을 지향하는 강력한 구심력의 담론으로 기능하는 반면, 두 번째 축으로서 외부적 차원에서는 “인류운명공동체(人类命运共同体, Renlei Mingyun Gongtongti, 이하 RMG)”의 구축이 중국 대외정책의 총체적 목표이자 새로운 이상으로서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RMG 는 다자주의의 견지, 문명 간 교류, 호감, 공존을 표방하며,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성격을 지향하는 원심력 즉 확장의 담론으로 작동한다(习近平 2023a; 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 본 연구가 주목하는 핵심적인 퍼즐은 바로 여기에 있는데, ZMG 가 내부적 단일성을 강조하는 통합주의적·민족주의적 담론의 성격을 띤다면, RMG 는 외부적 다양성 존중을 표방하는 포용적·세계주의적 담론의 외양을 갖추고 있어, 일견 모순되어 보이거나 최소한 상당한 긴장 관계에 놓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두 공동체 담론이 시진핑 시대라는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동시에 강화될 수 있으며 양자 간의 내재적 논리 연관성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본 연구는 기존에 산재해 있던 분절적 논의들, 즉 ZMG 를 오직 국내 민족 정책의 차원에서만 분석하거나 RMG 를 대외 전략의 차원에서만 고찰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시진핑 시대의 ‘문명’ 담론을 ZMG 와 RMG 라는 두 공동체 서사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매개 변수로 상정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문명’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상위 서사가 ZMG 가 표방하는 내부 정체성의 특수성과 RMG 가 지향하는 대외 정체성의 보편성을 어떠한 논리적 기제를 통해 개념적으로 연결 짓고, 나아가 이러한 이중적 정체성의 구축 과정이 중국 공산당의 정치체제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궁극적으로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이러한 접근은 중국의 국내 정치와 대외 전략이 상호 연동되는 복잡한 동학, 이른바 “국내·국제 두 개 대 국면의 통일적 조정(统筹国内国际两个大局)”을 ‘문명’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Ⅱ. 이론적 검토와 분석의 틀: 문명 담론과 정체성 정치의 동학
1. 선행연구 검토: 세 담론의 분절성
시진핑 시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두 공동체와 문명 담론에 관한 기존의 연구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체로 세 갈래의 상이한 흐름으로 나뉘어 진행되어 왔으며, 이들 담론 간의 체계적인 연관성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첫째, ZMG 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중국 국내 민족 정책의 변화라는 구체적 현상에 천착해 왔는데, 특히 ZMG 의식의 확립이 당 민족 공작의 핵심축(张伦阳·王伟 2021; 马俊毅 2019)으로 격상된 정치적 배경, 페이샤오퉁의 다원일체 개념이 시진핑 시대에 이르러 어떻게 일체를 유독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되고 있는지(Gries 2021; 刘洪森 2024), 그리고 “5가지 차원의 정체성(五个认同: 위대한 조국, 중화민족, 중화문화, 중국공산당, 중국특색 사회주의)”과 “중화민족 모두의 정치적 터전(中华民族共有精神家园)”의 구축이 신장(新疆) 등 소수민족 거주 지역의 통치 정책에(Kallio 2019; 崔榕·赵智娜 2021)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점들이 집중적으로 분석의 대상이 되어왔다.
둘째, RMG 관련 연구들은 주로 중국의 신형 국제관계 수립, 대외 전략의 거시적 변화, 혹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중국의 비전이라는 맥락에서 접근이 이루어졌으며(Callahan 2016; Song 2020), 이들 연구는 RMG 가 사상적으로 유가 사상이나 마르크스주의의 공동체 이론 및 중국 우수 전통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일대일로 구상이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확장을 통해 현실 속에서 구현되고 있음을 논증하였다. 나아가 RMG 가 단순한 이익공동체의 차원을 넘어 책임공동체(责任共同体)로의 발전을 지향하며, 이 책임공동체가 이익공동체와 운명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논의 역시 제기된 바 있다(毛维准 2022).
셋째, 문명 담론에 관한 연구들은 “제2의 결합”(王超·张小平 2024; 邹绍清 2023), 즉 마르크스주의 기본 원리와 중화 우수 전통문화의 결합이 지니는 이데올로기적 함의와 그것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통일된 새로운 문화 생명체(有机统一的新的文化生命体)’를 만드는지(李包庚 2023; 马俊峰 2024), 중국식 현대화가 갖는 문명사적 의미와 문명 논리 (王义桅 2023; 刘先春ꞏ张艳霞 2023; 项久雨 2023), 그리고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全球文明倡议, 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 이하 GCI)’(习近平 2023a)의 등장 배경과 그 내재적 논리 등을 중심으로 시진핑 문명관의 철학적 기반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을 보였다(刘洪森 2024). 특히 중화문명이 지닌 연속성, 혁신성, 통일성, 포용성, 평화성이라는 다섯 가지 특징(新华社 2023)이 중화민족공동체의 문화적 유전자이자 중화민족 현대문명 건설의 동력이 된다는 점이 강조되었으며(刘宗灵 2024), 중국의 세계적 지위를 천하국가(天下国家)로 개념화하려는 시도도 나타나는데, 이는 중국 고대 천하 전통을 계승하며 문명 교류를 통해 세계 공동 발전을 추동하는 국가를 의미하며, RMG 구축을 핵심적인 외부 실천으로 간주한다(汪仕凯ꞏ陈沿潮 2025). 이처럼 세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 연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풍부한 학술적 성과를 축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ZMG(국내)와 RMG(국외)라는 이중의 공동체 서사가 문명이라는 공통의 상위 담론을 매개로 하여 어떻게 구조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지 못했다는 공통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본 연구는 “시진핑 시기 강조되는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이라는 내부적 정체성 구축 담론은 인류운명공동체라는 대외적 정체성 담론과 어떻게 이론적으로 연결되며, 이는 중국의 대외 전략(특히 글로벌 사우스 및 주변국 외교)에서 실천적으로 어떠한 함의를 갖는가?”라는 핵심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러한 선행연구의 공백을 메우고 핵심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세부 연구 질문들을 제시한다. 첫째, 중국의 문명 담론은 ZMG 가 지닌 특수성/개별성과 RMG 가 표방하는 보편성/다양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명백한 모순을 어떠한 담론적 기제를 통해 화해시키고 있는가? 둘째, ZMG 와 RMG 를 잇는 이러한 담론적 연계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체제 유지와 그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 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함의를 제공하고 있는가? 이와 같은 연구 질문들에 대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잠정적인 가설을 설정하고자 한다. 즉, 중국의 문명 담론은 궁극적으로 시진핑이 ‘새로운 문화 사명’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중화민족 현대문명(MCC)’의 건설을 지향한다(习近平 2022). 이 과정에서 MCC 는 중화민족공동체(ZMG)를 단일한 문명 주체로 주조하는 내부적 구심점이자 정당화의 초석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인류운명공동체(RMG) 비전을 통해 중국의 문명적 성취를 보편적 기여로 번역·제시하는 외부적 지평, 곧 목표로 작동한다.
2. 분석틀: 정체성 구성과 담론 분석
본 연구는 물질적 힘, 즉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을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분석하는 전통적인 현실주의 및 자유주의 이론의 시각에서 벗어나, 정체성, 규범, 담론과 같은 비물질적 요소가 국가의 행위와 국제 질서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구성주의적 접근을 이론적 틀로 채택한다. 국제관계학에서의 구성주의는 국가 정체성과 이익이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유된 관념(규범, 문화, 담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성되고 변화한다고 본다(Wendt 1999, 17).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문명을 단순한 문화적 수사나 장식적 구호로 간주하는 것을 경계하고, 그것을 중국의 국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며(예: 문명국가 또는 천하국가로서 자기 인식), 국내외 정치적 행위를 정당화하는(예: ZMG 정책 및 RMG 비전 제시) 핵심적인 담론적 실천으로 간주한다. 즉, 중국의 외교 정책은 물질적 역량뿐만 아니라, 스스로 어떻게 인식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며, 어떤 규범과 가치를 국제사회에 투사하고자 하는지에 의해 깊이 있게 형성된다고 가정한다.
방법론적으로는 이러한 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기 위해‘비판적 담론 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 이하 CDA)’을 핵심적인 분석 도구로 채택한다. CDA 는 언어가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현실, 권력관계, 그리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유지하며 때로는 변화시키는 실천이라고 본다(Fairclough 1995, 73). 본 연구에서 CDA 를 선택한 이유는 문명이라는 담론이 ZMG 의 특수성과 RMG 의 보편성 사이의 모순을 봉합하고,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권력 기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내용 분석만으로는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이데올로기적 의도와 권력관계의 재생산 과정을 포착하기 어렵다. 따라서 언어적 선택이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고, 특정 정치적 목적에 복무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언어, 담론 실천, 그리고 사회문화적 구조를 통합적으로 고찰하는 CDA 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Fairclough(1995, 57)가 제시한 3차원 분석 모델, 즉 텍스트 분석, 담론 실천 분석,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을 적용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표 1
표 1 분석 코퍼스(공식 문건) 요약
| 문서명 | 시점 | 발화 주체 | 담론 층위 | 분석상 기능 | 결합·축 이동 |
|---|---|---|---|---|---|
| ≪高举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旗帜为全面建设社会主义现代化国家而团结奋斗≫ | 2022.10.16 | 习近平(20차 당대회 보고) | 내부 통합(기초 전제) | • 정치적 정당성 재구축의 상위 전제 정식화 • ‘중국식 현대화’와 국가 목표를 ‘발전–안전’의 결합으로 배열 • 이후 ZMG 의 통합 논리가 작동할 제도적·규범적 배경 제공 |
‘발전–안전’ 결합 |
| ≪在文化传承发展座谈会上的讲话≫ | 2023.06.02 | 习近平(연설) | 내부 통합 → 외부 보편화(가교) | • ‘第二个结合(제2의 결합)’을 통해 ‘문명(文明)’을 현대화의 정당화 장치로 제도화 • ‘中华民族现代文明(MCC)’를 매개로 ZMG(내부 통합)–RMG(외부 보편화)를 연결하는 핵심 텍스트로 기능 |
‘문명–현대화’ 결합 |
| ≪携手同行现代化之路≫ | 2023.03.15 | 习近平(기조연설) | 외부 보편화(번역) | • 중국식 현대화를 대외적으로 ‘보편’의 언어로 번역하는 장치로 작동. • RMG 서사에서 중국을 제안자/제공자로, 세계(글로벌 사우스 포함)를 수용·동참의 행위자로 배치하는 틀 제공 |
‘현대화’의 외부 보편화 |
| ≪携手构建人类命运共同体:中国的倡议与行动≫ | 2023.09.26 | 国务院新闻办公室(백서) | 외부 보편화(정식화) | • RMG 를 ‘제안–행동’ 프레임으로 체계화하여 담론을 정책 패키지로 정렬 • ‘문명/현대화’ 어휘를 대외 규범 담론의 중심에 고정 • 외부 보편화의 작동 조건을 문서 수준에서 명시. |
‘문명/현대화’ → ‘행동’ |
| ≪中共中央关于进一步全面深化改革、推进中国式现代化的决定≫ | 2024.07.18 | 中共中央(중앙결정) | 내부 통합(제도화) | • 담론을 정책·제도(개혁, 국가안전, 과학기술·산업)로 접속 • ‘新质生产力(신질생산력)’ 등 성과·발전 어휘를 통해 정당성의 실행 경로를 제도화 • 내부 통합과 국가역량 동원을 연결 |
‘현대화’ → ‘신질생산력’ |
주: 본 코퍼스는 최고위 공식 문건으로 한정되며, 준공식 매체·대중 담론은 코퍼스 분석 범위에 포함하지 않으며, 코퍼스 발표·채택 시점 기준 분석 기간은 2022–2024년이다. 출처: 저작 작성
이들 텍스트는 중국의 문명 담론과 대외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자료로서, 본 연구는 ‘비판적 담론 분석(CDA) 이론’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첫째, 텍스트 분석 차원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연설문, 당 공식 문건 등 1차 자료에 나타난 언어적 특징을 미시적으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문명(文明), 공동체(共同体), 주조(铸牢), 신형태(新形态) 등 핵심 어휘의 선택과 근맥(根脉)과 혼맥(魂脉), 석류씨(石榴籽)와 같은 은유의 사용을 검토한다. 이러한 언어적 장치들이 어떻게 중화민족의 단일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전제하고,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역사적 필연으로 프레이밍하는지 밝혀낸다. 또한 문법적 구조와 양태 분석을 통해 행위의 주체(당, 시진핑)와 객체(인민, 세계)가 어떻게 설정되며, 권력관계가 텍스트 내에서 어떻게 위계화되는지를 파악한다.
둘째, 담론 실천 분석 차원에서는 텍스트의 생산·배포 조건과 문건 간 상호텍스트성에 초점을 둔다. 구체적으로는 당대회 보고서, 시진핑 연설, 국무원 신문판공실(国务院新闻办公室) 백서 등 최고위 공식 담론이 어떤 제도적 권위와 발화 주체를 통해 구성되는지, 그리고 동일 어휘·서술 구조가 문건 내부 및 문건 간에서 어떻게 재사용·재배열되는지를 추적한다. 준공식 매체나 대중 담론 공간에서의 수용·변형(하향 재맥락화)은 체계적 코퍼스 분석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으며, 본 연구는 최고위 공식 담론 내부의 재사용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 범위를 제한한다.
셋째,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 차원에서는 담론이 구성하는 더 넓은 사회적, 정치적 함의를 거시적으로 고찰한다. 분석된 문명 담론이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려 하는지, 그리고 문명국가(Civilization-State)라는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여 서구 중심의 국민국가(Nation-State) 질서에 어떻게 도전하는지를 분석한다. 나아가 ZMG 를 통한 내부 통제 강화와 RMG 를 통한 외부적 영향력 확대가 문명이라는 담론적 고리를 통해 어떻게 상호 보완적인 국내외 두 대국 전략으로 작동하는지를 규명한다. 결국 이 3차원 분석을 통해, 본 연구는 중국의 문명 담론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중국식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이데올로기적 실천임을 실증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출처: 저작 작성
본 연구의 정량적 텍스트 분석 결과인 그림 1


표 2 정량 텍스트 분석 요약
| 단계/산출 | 입력 단위·분모 | 전처리 | 핵심 파라미터 | 시각화 |
|---|---|---|---|---|
| 공통 | 문건(document) 단위 / 모든 분모는 전처리 후 토큰 총량 Nd | 정제 → “jieba” 토큰화 → 불용어 제거(+필요 시 한 자 토큰 규칙) | • 토큰화=jieba • 불용어=리스트(출처/추가 규칙) • 1자 토큰 처리(제거/유지) |
전처리된 토큰 코퍼스 |
| 정규화 빈도 | NFw,d = count(w,d) / Nd × 10,000 | 공통 전처리 적용 | • 정규화 단위=10,000토큰당 • 키워드 사전(文明/现代化 등) |
키워드별 빈도 비교 |
| 공출현 네트워크 | 슬라이딩 윈도우 내 동시출현을 공출현으로 정의 | 공통 전처리 적용 | • window size=10 • 엣지 가중치=공출현 횟수 • (선택) 엣지 필터 기준 weight≥n |
공출현 네트워크 |
| TF–IDF 유사도 | 문건 단위 TF–IDF 벡터 → cosine similarity | 공통 전처리 적용 | • 벡터화 단위=토큰(단어) • 유사도=cosine • (선택) min_df/max_df 사용 여부 |
유사도 히트맵 |
Ⅲ. 문명 담론과 중국 정치체제 정당성의 재구축
1. 이데올로기적 토대 재구축
시진핑 시대 문명 담론의 사상적 핵심을 이루는 것은 제2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新华社, 2023). 이 담론을 CDA 의 3차원 모델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함의를 발견할 수 있는데, 텍스트 분석 차원에서 보면 ‘결합(结合)’이라는 어휘 선택 자체가 마르크스주의와 중화 우수 전통문화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요소를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전통문화를 정치체제의 ‘근맥(根脉)’, 마르크스주의를 ‘혼맥(魂脉)’으로 지칭하는 은유는, 단순한 병치가 아닌 생명력 있는 융합체, 즉 “유기적으로 통일된 새로운 문화 생명체(有机统一的新的文化生命体)”로서 당대 중국 정치체제의 정통성과 역사적 깊이를 강조하는 수사 전략이며, 문장 구조상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결합을 주도하는 능동적 주체로 묘사되어 당이 단순한 혁명 계승자를 넘어 문명의 창조자이자 수호자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어진다(新华社, 2023).
앞에서 나열한 주요 공식 문건에 대한 정량적 담론 분석 결과는, 이러한 분석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데, 그림 1의 핵심 키워드 빈도 분석 결과 내부용 문건인 ≪第二十次全国代表大会上的报告≫(2022)에서는 투쟁(斗争, 18.2회/만자), 안전(安全, 25.4회/만자), 중화민족(中华民族, 15.6회/만자)과 같은 체제 수호 및 내부 결속과 관련된 어휘의 빈도가 현저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문명 담론의 핵심인 ≪新的文化使命≫(新华社, 2023)에서는 문명(文明, 45.5회/만자), 중화민족(28.4회/만자) 등의 키워드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투쟁(2.1회/만자)이나 안전(5.2회/만자)과 같은 안보 담론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제2의 결합”이 단순한 사상적 구호가 아니라, 대내적으로는 안보/투쟁을 통해 결속을 다지면서 문화적 차원에서는 문명/역사를 강조하여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혁명에서 문명으로 재구성하려는 이중 전략의 일환임을 시사한다.
주: 본 빈도 분석은 분석 대상 문서들의 총 글자 수가 상이함(보고서, 연설문 등)을 고려하여, 키워드의 단순 빈도(Raw Count)를 1만 자당 정규화 빈도(Normalized Frequency per 10k chars)로 환산하여 비교하였다. Normalized Frequency = (Raw Count / Total Characters) × 10,000. 이를 통해 텍스트 길이에 따른 왜곡을 배제하고 담론 내 키워드의 상대적 중요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출처: 저자 작성
담론 실천 분석 차원에서 보면, “제2의 결합” 담론은 주로 당 대회 보고서나 시진핑의 연설과 같은 최고위급 정치 문건에서 생산되어 하향식으로 전파되는 특징을 보이는데(习近平, 2022; 新华社, 2023), 이는 이 담론이 지니는 고도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 차원에서 보면, “제2의 결합” 담론은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기반을 혁명에서 문명으로 확장하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지며, 이는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 둔화 국면에서 새로운 정당성 원천을 모색하려는 정치적 필요와 맞물려 있고, 나아가 이는 당의 통치가 외래 이념이 아닌 중화문명의 정통 계승임을 주장함으로써 중화민족으로서의 내부적 정체성 통합과 문화 주체성(文化主体性)을 강화하려는 효과(정체성 구성 효과)도 지닌다. 결국, 제2의 결합 담론은 CDA 분석을 통해 볼 때, 단순한 사상적 구호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재구성하고 문명국가 또는 천하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담론적 실천임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시대의 “두 가지의 결합” 담론은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 확보 과정을 이해하는 핵심 축(张雷声, 2023; 刘仓, 2022)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1의 결합”이 마르크스주의 기본 원리를 중국 혁명 실천과 결합함으로써 신중국 건립과 사회주의 체제 안착이라는 구국(救国) 및 건국(建国)의 역사적 임무를 수행했다면(习近平, 2021), “제2의 결합”은 마르크스주의를 중화 우수 전통문화와 결합하여 민족 부흥(復兴) 및 문명국가 건설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설정한다(习近平, 2023b). “제1의 결합”이 실천적 정합성, 즉 실사구시(实事求是)와 중국 특색을 통해 혁명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면, “제2의 결합”은 근맥(根脉)과 혼맥(魂脉)의 유기적 융합과 같은 은유를 통해 문명적·역사적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尹毅·贾韬, 2023). 궁극적으로 이 “제2의 결합”은 ‘중화민족 현대문명’ 창출과 ‘문화 주체성’ 확립을 담론적 목표로 하며, 이는 당의 장기 집권과 중국의 세계적 지위 상승을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적 토대(刘仓, 2022)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중국식 현대화와 인류문명 신형태
“제2의 결합” 위에 구축되는 중화민족 현대문명과 중국식 현대화는 ‘인류문명 신형태(人类文明新形态)’ 창조라는 목표와 연결되는데, CDA 관점에서 이 담론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함의가 도출된다. 텍스트 분석에서 신형태(新形态)라는 어휘 선택은 기존의 서구 현대화 모델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문명적 경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낸다(习近平, 2022). 중국식 현대화의 5대 특징으로, “인구 규모가 거대한 현대화, 전체 인민이 공동부유하는 현대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상호 조화된 현대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평화 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로 정의되는데(习近平, 2022), 이러한 요소들은 일종의 ‘수사(修辞) 전략’으로써 서구 현대화 모델이 초래한 문제점인 물질주의, 환경 파괴, 인간 소외, 식민 약탈 등을 극복하는 대안적 가치로 제시된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2024년 7월 개최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채택된 ≪中共中央关于进一步全面深化改革,推进中国式现代化的决定≫은 중국식 현대화를 단순한 발전 목표가 아닌, 당의 중심 과업이자 체제 안보와 직결된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제도적으로 확정하였다는 사실이다(中国共产党中央委员会, 2024). 이는 단순히 경제 성장을 넘어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이라는 개념과 결합하여 기술 자립 및 첨단 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 역량의 질적 증강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질생산력’의 등장은 추상적인 현대화 목표를 구체적인 기술 집약적 명령으로 치환하며, 문명-현대화 네트워크 내에서 리스크(风险) 노드와 동시에 부상함으로써 현대화 과정이 단순한 진보가 아닌, 혁신의 가속화와 리스크 통제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고위험-고수익 통치 행위임을 시사한다. 여기서 중국은 인류문명 신형태를 창조(创造)하는 주체로 설정되며, 이는 중국이 단순히 서구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문명 발전에 독자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문장 구조를 통해 드러나고(习近平, 2022), 이 신형태는 물질, 정치, 정신, 사회, 생태의 5대 문명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习近平, 2022; 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 차원에서 보면, 인류문명 신형태 담론은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와 발전 모델(‘현대화=서구화’ 등식 타파)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발언권을 높이려는 목적을 지니는 규범 경쟁 효과를 거두고 있다(习近平, 2023a; 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 특히 생태문명과 같은 가치는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문제에 직면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며 중국의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므로서 대외 관계에서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중국식 현대화와 신형태 문명의 성공을 통해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정당성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CDA 분석을 통해 보면, 인류문명 신형태 담론은 단순한 발전 모델 제시를 넘어, 서구 중심주의에 도전하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문명 질서를 구상하며 개발도상국들에게 새로운 발전 경로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전략적 담론 실천임을 알 수 있다.
3. 문명을 통한 통치 정당화와 체제 공고화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 현대문명 건설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사명"으로 규정한 것은 CDA 관점에서 볼 때, 통치 정당성 강화 및 체제 공고화와 직결된다. 텍스트 분석상, 사명(使命)이라는 단어는 당위성과 역사적 책임을 부여하며(新华社, 2023), 문명을 경제 성장과 병치하거나 때로는 그 이상의 가치 즉 “정신적 부유함”을 제시함으로써(习近平, 2022) 당의 통치 목표가 물질적 차원을 넘어 정신적, 문명적 차원까지 포괄함을 강조하는데, 이는 경제 성과 중심의 정당성 논리가 약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문명을 새로운 정당성의 원천으로 삼으려는 일종의 수사 전략이며, 문화강국 건설은 중화민족 위대 부흥의 중요 목표이자 내용으로 제시된다(习近平, 2022; 新华社, 2023).
담론 실천 분석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담론은 시진핑 주석의 직접적인 발언(新华社, 2023)이나 당의 공식 문건(习近平, 2022)을 통해 권위 있게 생산되고, 언론 매체와 이론 연구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는데, 이는 문명 담론을 사회 전반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특히 앞서 언급한 공식문건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그림 1에서도 나왔듯이 안전(安全) 키워드의 빈도가 2022년 25.4%에서 2024년 3중전회 시점에는 42.0%로 급증하며 제도적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현대화 추진 과정이 전면적인 위험 관리 시스템에서만 가능하다는 안전-개발 병행론이 당의 핵심 통치 전략으로 확립되었음을 시사한다. 즉, 문명국가 선언은 신질생산력을 통한 기술적 도약과 리스크 통제 시스템이 결합된 개발-안보 국가(Development-Security State) 모델로의 진화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당의 통치 정당성을 외부 충격과 내부 불안정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 차원에서 보면, 문명 담론은 중국 공산당을 단순한 집권 세력이 아니라 중화문명의 수호자이자 발전자로 위치시킴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정당성 효과가 있다. 또한 문명국가 서사 또는 천하국가 서사는 내부적 통일성과 안정을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며, 이는 ZMG 담론과 연결되어 소수민족 정책 등 내부 통제 강화의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므로써 정체성 구성 및 정책 연관성 효과를 거두고 있다(习近平, 2022). 결국, 문명을 통한 정당화 담론은 CDA 분석을 통해 드러나듯,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중국 공산당이 통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핵심적인 담론 전략이라 할 수 있다.
Ⅳ. 이중적 공동체 서사의 구축: ‘중화민족’과 ‘인류운명’의 담론적 연계
시진핑 시대 중국의 문명 담론은 내부적으로는 중화민족공동체(ZMG)라는 문명 주체를 단단하게 주조(铸牢)하고, 외부적으로는 인류운명공동체(RMG)라는 문명 비전을 전 세계를 향해 투사하는 이중적 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CDA 의 3차원 모델을 적용하여 이 과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내부적 주체의 ‘주조(铸牢)’
이 절은 ZMG 담론이 ‘주조(铸牢)’라는 제조 은유를 통해 내부 공동체를 단일한 문명 주체로 구성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주조’가 단순한 통합의 수사가 아니라, 안전(安全)·위험(风险) 어휘의 급증과 결합하면서 통합의 조건을 ‘안보화’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분석에서는 주조/안전 축이 실제 문건에서 어떤 행위자 배치(당-인민-민족)와 양태(당위/필연)로 구현되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내부 결속이 외부 확장 담론의 ‘성공 조건’으로 전환되는 논리적 고리를 파악하고자 한다. 다음 절은 이러한 내부적 주체 구성이 RMG 의 보편적 문명 비전으로 투사되는 방식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ZMG 담론을 CDA 로 검토하여, ‘주조’가 내부 통합의 핵심 어휘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텍스트 분석 결과 가장 두드러지는 어휘는 ‘주조’인데(习近平 2022), 금속을 녹여 형틀에 부어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국가 주도의 강력하고 균질적인 민족 공동체 형성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하며, 이는 페이샤오퉁의 다원일체에서 일체(一体)를 강조하는 방향 전환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내부적 주체 형성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안전(安全) 담론의 급격한 부상과 제도적 고착화 현상인데, 2024년 3중전회 문서에서 안전 빈도가 42.0%에 달한다는 점은 ZMG 구축이 단순한 문화적 통합을 넘어, 산업망·공급망 안전, 금융 시스템 안전, 사회 안정 유지를 포괄하는 전방위적 위험 관리 시스템 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기 3중전회 결정문은 국가안전을 현대화의 중요한 기초이자 보장으로 규정하며, ‘발전과 안전의 총괄(统筹发展和安全)’을 명문화함으로써, 중화민족공동체의 내부적 결속이 강력한 안보 기제 위에서만 작동가능함을 공식화하였다(中国共产党中央委员会 2024).
이 지점에서 ‘발전–안전’의 결합은 단순한 정책 슬로건이라기보다, 공동체 통합의 기준을 ‘안정의 유지’로 재정의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즉, 통합은 가치적 합의의 결과라기보다 위험의 사전 차단과 관리가 전제되는 통치 기술로 제시되며, ‘주조’ 은유는 이러한 전제를 자연화한다. 동시에 이는 다원성의 제도적 공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잠재성을 내포하는데, 특히 소수민족의 문화적 자율성은 ‘안전’의 이름으로 재서술될 여지가 크다. 다만 본 논문은 이러한 효과를 실증적으로 측정하기보다, 최고위 공식 담론이 통합을 어떻게 안전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즉, 주조라는 행위는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분열 가능성(리스크)을 사전에 차단하고 통제하는 강력한 안보 기제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5개 정체성(五个认同)”이나 “중화민족 모두의 정치적 터전”과 같은 핵심 구호들은 통합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며 당과 국가, 문화(중화문화)에 대한 통일된 인식을 강제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소수민족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을 중화민족이라는 단일 주체로 호명하는 것은, 다양성보다는 통일성을 우선시하는 가치 판단을 내포한다. 중화문명의 통일성(统一性)은 각 민족 문화가 융합되고 국토가 분할될 수 없으며 국가가 혼란스러울 수 없고 민족이 흩어질 수 없으며 문명이 단절될 수 없다는 공동의 신념을 결정한다고 강조된다(新华社 2023).
담론 실천 분석 차원에서 ZMG 담론은 주로 중앙민족공작회의와 같은 당의 공식 회의나 관련 정책 문건을 통해 생산되고 민족 관련 학술지나 교육 시스템을 통해 전파되는데, 이는 ZMG 담론이 국가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페이샤오퉁의 이론을 재해석하여 현재의 정치적 목표에 맞게 활용하는 것은 상호텍스트성의 중요한 사례이다.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 차원에서 ZMG 담론은 중화민족이라는 단일한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경향을 억제하려는 명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며(정체성 구성 효과)(习近平 2022), 이는 신장, 티베트 등 소수민족 지역에 대한 통제 강화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정책 연관성). 나아가 ZMG 는 중화민족 현대문명(MCC) 건설의 초석으로 규정됨으로써, 당의 문명 건설 프로젝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정당성 효과).
2. 외부적 비전의 투사
이 절은 RMG 담론이 ‘보편’의 언어로 제시되면서도, 동시에 중국의 문명 서사를 과거(전통/역사)와 미래(현대/혁신) 사이의 연결 장치로 재배치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특히 그림 2의 공출현 네트워크가 문명(文明)을 시간축 양단의 어휘와 동시에 결속시키는 점을 핵심 신호로 다룬다. 본문에서는 교류(交流)ꞏ공존(共存)ꞏ다양성(多样性) 등의 어휘가 어떤 규범적 약속(비강요/호혜/존중)으로 프레이밍되는지, 그리고 그 약속이 행위자 배치에서 어떻게 ‘중국의 제안’ 형태로 조직되는지 살핀다. 이 과정에서 RMG 가 단순한 외교 수사라기보다, 내부 통합의 성과를 외부 규범으로 전화하는 ‘정당화 경로’로 제시됨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논의에서는 이 정당화 경로가 정량적 담론 분석 결과와 결합해 어떤 순환 구조로 고정되는지 검토하게 될 것이다.
먼저 구체적으로 RMG 담론은 중국의 대외적 역할과 비전을 제시하는 핵심적인 담론적 실천으로 CDA 관점에서 이를 분석하면, 공동체(共同体), 운명(命运), 공유(共享), 화합(和合), 책임(责任) 등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어휘를 주로 사용한다(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 특히 그림 2의 문명(文明) 공동 출현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 결과는 이러한 특징을 명확히 보여주는데, 문명이라는 중심 노드(Node)는 中华(중화), 传统(전통), 历史(역사)와 같은 과거 지향적 단어들과 人类(인류), 现代(현대), 创新(혁신)과 같은 미래 지향적 단어들을 동시에 연결하고 있다. 이는 문명 담론이 과거의 영광(전통)을 계승하여 미래의 비전(현대화)을 창출한다는 논리적 가교역할을 수행함을 시각적으로 입증한다.
이러한 시간적 가교는 실제 최고위 공식 문건에서 ‘전통의 계승 → 현대의 창출’이라는 서술 구조로 반복된다. 예컨대 시진핑은 ‘문화전승발전좌담회’ 연설에서 “只有全面深入了解中华文明的历史,才能更有效地推动中华优秀传统文化创造性转化、创新性发展……建设中华民族现代文明”이라고 언급하며, 전통(历史/优秀传统文化)을 ‘전환ꞏ발전(创造性转化、创新性发展)’의 대상으로 배치하는 동시에 목표를 ‘현대문명(现代文明)’으로 명시한다(习近平 2023a). 이 문장 구조는 조건절(只有…才能…)을 통해 역사 인식이 현대 문명 건설의 필연적 경로라는 인과를 고정하고, 과거 지향 어휘를 ‘근거/기초’로 재배치함으로써 시간축의 비대칭을 자연화한다. 같은 연설에서 “中华文明的和平性……决定了中国始终是世界和平的建设者、全球发展的贡献者、国际秩序的维护者”라는 구절은(习近平 2023a), ‘중화문명’의 속성(和平性)을 인과의 기점으로 두고 ‘세계, 글로벌, 국제질서’ 어휘를 전면화하면서도 행위자 주체를 “中国”로 고정해 보편적 역할(건설자, 기여자, 수호자)을 자기 서사적 정통성으로부터 파생시키는 구조를 재현한다. 따라서 그림 2가 보여주는 과거–미래의 동시 결속은 단지 키워드의 병렬이 아니라, 문명 담론이 두 공동체 서사를 접합하는 방식 자체를 요약한다. 또한, 대외적 맥락에서 문명은 교류(交流), 공존(共存), 다양성(多样性) 등의 어휘와 강하게 연결되어,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CI)’의 ‘교류를 통한 격리 초월–호감을 통한 충돌 초월–공존을 통한 우월 초월’의 논리와 부합한다.
주: 본 네트워크는 jieba 형태소 분석기를 활용하여 중문 텍스트를 토큰화하고 불용어(Stopwords)를 제거한 후 구축되었다. 중심어(Node)를 기준으로 전후 10단어 윈도우(Window size=10) 내에 동시 출현하는 단어의 빈도를 산출하여 연결 강도(Edge Weight)를 설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텍스트 내 의미적 결합 구조를 시각화하였다. 출처: 저자 작성
담론 실천 분석 차원에서 RMG 담론은 시진핑 주석의 국제회의 연설(习近平 2023a), 외교부 백서(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 국제 포럼 등 주로 대외적인 맥락에서 생산되고 유통된다(생산 맥락). 이는 RMG 가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담론임을 시사한다. 또한 이 담론은 유가 사상, 마르크스주의, 중국 고대의 천하(天下) 관념 및 기존 국제 관계 이론 등을 선별적으로 참조하고 재구성하는 상호텍스트성을 보여준다(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 차원에서 RMG 담론은 중국을 현존 국제질서의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새로운 규범과 비전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대국’으로 위치시키려는 효과를 지닌다(대외 관계 효과). 이러한 위치 짓기는 일대일로와 같은 구체적 대외정책을 정당화하는 서사적 자원으로 동원될 수 있으며,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대상으로 서구와 다른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는 프레이밍을 통해 소프트파워의 제고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정책 연관성 및 규범 경쟁 효과). 또한 20차 3중전회 문건에서 ‘현대화’ 관련 어휘의 비중이 65.0%로 증가한 정량 신호는, RMG 비전이 추상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신질생산력’ 등 기술·경제 역량 어휘와 결합해 제시되는 양상을 시사한다. 이때 ‘인류운명공동체’는 중국식 현대화의 경험을 ‘공유’ 가능한 모델로 제시하는 장치이자, 서구적 근대화 모델과의 차별을 암시하는 규범 경쟁의 언어로 읽힐 수 있다. 나아가 RMG 가 중화민족 현대문명(MCC)의 ‘세계사적 기여’ 서사와 연결될 때, 국내적 문명 건설 프로젝트의 정당성을 외부적으로 보강하는 효과를 수행할 수 있다(정당성 효과). CDA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서사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자기서사를 강화하고, 중국이 상정하는 바람직한 질서상을 확산하려는 장기적 비전을 담론적으로 조직하는 전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천하대동(天下大同)’과 같은 어휘는 외부 분석 범주라기보다, 중국 담론 내부에서 보편성과 장기적 지향을 표상하는 자기서사적 표지로 기능한다.
3. 문명을 통한 연계 논리
이 절에서는 ZMG(내부 통합)와 RMG(외부 보편화)가 ‘문명’이라는 상위 서사에서 하나의 인과적·순환적 논리로 접합되는 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핵심은 내부의 안정·통합·발전이 외부적 비전의 ‘경험적 증거’이자 ‘정당성 원천’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며, 이는 상호텍스트적 순환 구조로 나타난다. 본 절은 그림 3의 문서 유사도 결과를 통해 이러한 연계가 일시적 수사가 아니라 장기적 기획으로 반복·증폭되는 양상을 확인한다. 이어서 유사도 신호가 지시하는 결합을 대표 문장과 미시적 주석(행위자 배치·양태·은유)으로 재확인해 정량–정성 연결을 강화한다. 이 연계 논리가 다음 절의 대외 전략에서 어떤 실천적 함의로 번역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ZMG 와 RMG 를 연결하는 핵심 논리인 “내부적으로는 중화민족공동체를 결속하고, 외부적으로는 인류운명공동체를 구축한다”는 명제는 CDA 관점에서 분석할 때, 두 담론의 전략적 연관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본 연구의 정량적 담론 분석 결과인 그림 3의 문서 간 유사도 히트맵(Heatmap)은 이러한 연계성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한다. 분석 결과, 대내적 성격이 강한 ≪20차 당대회 보고≫와 ≪新的文化使命≫ 간의 코사인 유사도(Cosine Similarity)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문명 담론이 당의 핵심 통치 이념과 깊이 연동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GCI 등 대외적 성격의 연설인 ≪携手同行现代化之路≫과 인류운명공동체 관련 백서인 ≪携手构建人类命运共同体:中国的倡议与行动≫ 간의 유사도는 0.8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22년 ‘20대 보고’와 2024년 ‘3중전회 결정문’ 사이의 코사인 유사도가 0.88에 달하는 정량적 신호는, 당이 제시한 거시적 전략 청사진이 하위의 제도적 실행 프로토콜(Execution Protocol)로 정밀하게 전사(轉寫)되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높은 정합성은 이중적 공동체 서사가 일시적 수사를 넘어 고도의 일관성을 견지하는 장기적 기획임을 실증하며, 담론의 제도적 착근을 통한 정당성 확산 기제를 드러낸다.
이는 “내부적으로 단결된 문명 주체(MCC)를 확립해야만(ZMG), 외부적으로 보편적 문명 가치를 투사(RMG)할 수 있다”는 논리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즉, ZMG 를 통한 내부적 성공(안정, 통합, 발전)이 RMG 라는 외부적 비전의 경험적 증거이자 정당성의 원천이 되는 상호텍스트적(intertextual) 순환 구조가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이렇듯 중국은 이중적 담론 전략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국내외 두 대국(大局)에 대해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 본 유사도 산출은 전체 문서를 대상으로 TF-IDF(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가중치를 적용하여 단어 벡터를 생성한 후, 문서 벡터 간의 코사인 유사도(Cosine Similarity)를 측정하였다. 수식은 다음과 같다. Similarity = (A ꞏ B) / (||A|| ||B||). 수식의 결과 값은 0~1 사이로 도출되며, 1에 가까울수록 두 문서의 어휘 구성과 담론 패턴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일치함을 시사한다. 출처: 저자 작성
4. 담론의 실천적 함의
이 절은 앞선 분석에서 확인된 ZMG-MCC-RMG 의 연쇄가 실제 대외 전략 논리로 어떻게 번역되는지 정리한다. 핵심은 ‘내부 결속(통합, 안정, 발전)’이 ‘외부 기여(보편, 규범, 공유)’의 정당성 근거로 제시되는 순환 구조다. 여기서는 글로벌 사우스 담론에서 반복되는 ‘비강요’ 프레이밍과, 문명·생태 의제가 연대의 규범 자원으로 동원되는 방식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를 통해 문명 담론이 가치 경쟁의 언어이자 정책 패키지(BRI, GCI 등)를 정당화하는 해석 틀로 작동함을 제시한다. 다음 장(결론)에서는 이러한 작동이 갖는 이론적 함의와 한계를 함께 정리한다.
요약하면, ZMG-MCC-RMG 로 이어지는 담론의 연결은 단순한 이론적·이데올로기적 수사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사우스 및 중국의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구체적인 대외 전략에 매우 실천적인 함의를 제공한다. 이는 정체성과 규범을 매개로 하여 중국의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구성주의적 전략의 핵심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첫째, ZMG 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중국 모델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내부적 증거로서 기능한다. 중국은 ZMG 담론을 통해 자국이 서구식 민주주의나 다문화주의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다원일체(多元一体)라는 복잡다단한 민족 문제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정치 안정 및 체제 공고화를 달성했음을 대외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서사는 발전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서구적 가치의 보편성에 도전하는 중국식 현대화 모델(习近平 2022)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논거로 활용된다.
둘째, RMG 는 이렇게 내부적으로 검증된 중국 방안을 글로벌 사우스에 전파하는 대외적 레토릭이자 규범적 틀의 역할을 수행한다. RMG 라는 거대 비전은 일대일로(BRI) 구상이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확장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들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CI)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국의 가치나 발전 모델을 타국에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한다(习近平 2023a). 이는 내정 불간섭과 주권 존중의 원칙을 중시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규범으로 작용하며, 서구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와는 차별화되는 신형 국제관계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명분이 된다.
셋째, 문명과 생태는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및 주변국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체성과 공동의 규범을 형성하는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인류문명 신형태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생태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을 제시한다(习近平 2022). 이는 산업화를 통한 무분별한 환경 오염이라는 서구 근대화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적 문명 비전으로 포장되며, 기후 변화와 같은 인류 공동의 위기에 직면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규범적 자원이 된다. 또한 RMG 담론은 전통적인 유가 사상과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융합함으로써 단순한 이익공동체를 넘어선 책임공동체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며,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동의 발전을 추구(求同存异)하는 아시아적 가치 및 천하위공(天下为公), 협화만방(协和万邦)과 같은 전통적 천하관(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23)에 호소력을 발휘하려 한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시진핑 시대 중국이 제시하는 이중적 공동체 서사인 중화민족공동체(ZMG)와 인류운명공동체(RMG)가 중화민족 현대문명(MCC) 건설이라는 상위의 목표를 통해 하나의 유기적 논리 체계로 결속되어 있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ZMG 는 MCC 건설을 위한 내부적 문명 주체를 주조하는 공정으로 규정하며, RMG 는 완성된 MCC 의 성과를 전 인류와 공유하겠다는 외부적 문명 기여의 비전으로 위치한다. 결국 문명이라는 프리즘은 ZMG 가 지닌 단일성의 강조와 RMG 가 표방하는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표면적 모순을, 특수 문명인 MCC 의 성공적인 내부 통합이 보편적 기여의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내재적 논리를 통해 조정하는 담론 장치로 작동한다. 이러한 결론은 텍스트 차원의 핵심 어휘 선택, 근맥과 혼맥 및 석류씨 등으로 대표되는 은유, 문장 구조의 행위자 배치, 그리고 최고위 공식 문건의 생산 맥락과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CDA 의 3차원 분석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다.
특히 정량 분석이 보여준 과거 지향 어휘와 미래 지향 어휘의 동시 결속은 CDA 가 확인한 미시적 서술 구조와 결합할 때 가장 분명한 설명력을 갖는다. 네트워크 수준에서 확인되는 시간적 가교는 실제 최고위 공식 문건에서 전통의 계승이 현대의 창출로 이어진다는 서술 도식으로 반복되며, 전통문화의 창조적 전환과 혁신적 발전과 같은 공식 어휘가 현대화와 문명의 당위성을 역사적 연속성에 접속시키는 방식으로 동원된다. 이 연결은 단순한 수사적 병렬이라기보다 행위 주체를 당과 국가로 고정하고, 창조와 건설의 양태를 통해 미래 지향성을 규범화하며, 과거 지향 어휘를 근거와 기초로 재배치함으로써 시간축의 비대칭을 완화하는 담론 기술로 이해하는 편이 타당하다. 따라서 본 연구가 확인한 ZMG 와 RMG 의 접합은 거시적 목표와 미시적 문장 기술의 결합을 통해 작동하는 정당성 전환의 문법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분석은 몇 가지 학술적 함의를 갖는다. 첫째, 중국이 강조해 온 ‘국내·국제 두 개의 대 국면의 통일적 조정’은 단순한 정책 조합을 넘어 문명이라는 정체성 장치로 국내와 국외를 하나의 공동체 서사로 묶어내는 이데올로기적 실천으로 해석된다. 둘째, 이 과정은 중국의 국가 정체성이 베스트팔렌적 민족국가의 어법을 넘어 문명국가의 자기 규정과 결합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다만 여기서 문명국가는 외부 연구자가 부여하는 분석 범주로, 천하는 중국 담론 내부에서 동원되는 자기 서사적 어휘로 구분하여 논리적 명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전자가 국가 정체성의 이론적 형식으로 관찰 가능성을 점검하는 틀이라면, 후자는 보편 질서의 정당성 원천을 중화문명의 연속성에 귀속시키는 수사적 자원으로 기능한다. 셋째, 본 연구는 정체성과 담론이라는 비물질적 요소가 국가의 대외행위를 추동하는 핵심 요인임을 재확인함으로써 중국 외교 연구에서 구성주의적 접근의 설명력을 보강한다.
분석의 균형을 위해 문명 담론의 효과뿐 아니라 그 한계와 긴장 역시 고찰하였다. 우선 ZMG 담론이 통일성과 안정을 필수 조건으로 설정하고 내부 통제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결합할 때, 소수민족의 문화적 자율성과 다원적 역사 서술 공간을 제약할 잠재성이 발생한다는 점은 본 연구가 함축하는 주요한 정치적 함의다. 또한 RMG 가 표방하는 다양성 존중과 보편적 기여는 대외정책의 실제 행태와 언제나 정합적으로 접속되지 않으며, 이 괴리는 담론의 설득력을 시험하는 경험적 조건으로 작동한다. 아울러 문명 담론이 다수 청중을 포섭하기 위해 높은 추상성을 유지한다면 이는 포괄주의적 담론 프로젝트라는 비판에 노출될 수 있고, 동시에 그 추상성이 국내외 다양한 맥락에 대한 적응적 번역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양가적 성격을 갖는다. 결국 문명 담론은 강력한 접합 장치로 기능하지만 그 지속 가능성은 담론의 구체화 및 정책과의 정합성에 의해 조건지어진다.
본 연구는 분석 코퍼스를 최고위 공식 문건으로 한정하였기에, 준공식 매체나 대중 담론 공간으로의 하향적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과정을 추적하는 작업은 후속 연구의 몫으로 유보한다. 향후 『인민일보』 사설 및 관영 해설서 등 하위 담론 층위에서의 키워드 재배치 양상 비교, 글로벌 사우스 맥락에서의 문명 담론 수용 사례 연구, 그리고 타 ‘문명국가’ 담론과의 제한적 비교는 중국 담론의 특수성을 규명하는 유효한 경로가 된다. 이러한 확장은 본 논문의 핵심 명제인 ZMG 와 RMG 의 문명적 접합을 견지하면서 담론의 외연을 체계적으로 넓히는 보강이 될 것이다. 종합하면 시진핑 시대의 문명 담론은 내부 통합과 외부 보편화를 단일 논리 체계 아래 정렬시키는 구조적 장치로 작동한다. 본 연구는 문명 담론을 정당성 전환과 전략 접합의 핵심적 작동 기제로 규명함으로써, 수사적 차원을 넘어선 실천적 분석의 필연성을 도출하였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