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민주주의인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으로 살펴본 한국인의 민주주의관
Which Democracy? Exploring Contested Views on South Korean Democracy through Public Attitudes toward the 2025 Presidential Impeachment
1 서강대학교
1 Sogang University
DOI: https://doi.org/10.33334/sieas.2026.45.1.1
초록
2024년 12월 3일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전개된 정쟁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른바 ‘찬탄’과 ‘반탄’ 세력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지지를 그들의 행동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한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의 수준과 민주적 제도와 규범에 대한 이해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윤석열 탄핵에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반대하는 유권자들에 비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보다 강한 신념을 드러냈으나, 구체적인 민주적 제도와 가치에 대한 지지 정도는 서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한편, 탄핵에 반대하는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반탄 집회 참석자들은 한편으로는 시민의 정치참여 보장과 감시와 견제 장치 확장과 같은 민주주의의 주요한 기능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지지하고 일부 정치 유튜브 채널을 의존할 경향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엘리트 수준에서 민주주의의 개념이 과도하게 확장된 것에 비해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는 예상보다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념적,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 이 논문은 2024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과제번호: 2024S1A5C2A02046265). 이 논문은 2024년도 서강대학교 교내 연구비 지원에 의한 연구임(과제번호: 202410023.01). 유익한 논평을 해주신 익명의 심사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jhpark82@sogang.ac.kr 극화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체제에 잠재적 위협을 줄일 수 있는 정당 중심의 새로운 정치사회화 과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Abstract
Using public survey data, this study explores how the varying levels of democratic commitment and understanding of democratic institutions and norms among South Koreans influence their attitudes towards the presidential impeachment of Yoon Seok-yeol in 2025. Findings from statistical analysis show that while voters supporting impeachment expressed a stronger support for democracy as a political regime than authoritarian systems, there was no statistically significant difference between pro- and anti-impeachment factions in their support for specific democratic institutions and values. Meanwhile, opponents of impeachment—particularly those participating in anti-impeachment rallies—exhibited a complex pattern: they showed relatively high support for key democratic functions, such as guaranteeing civic political participation and expanding checks and balances, yet also showed a greater tendency to endorse groundless conspiracy theories and rely on partisan YouTube channels. This study thus suggests two meaningful implications. First, while the concept of democracy may be overextended among political elites, the disparity in democratic understanding among ordinary voters is less significant than anticipated. Second, a political socialization mechanism needs to be reformed by securing a greater role for guardians of democracy, notably political parties, to mitigate ideological and partisan polarization.
Ⅰ. 서론
2024년 12월 3일 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석열)에 의해 갑작스럽게 선포된 비상계엄령과 이후 전개된 이른바 ‘탄핵정국’은 한국 민주주의의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시민들과 용기 있는 군인들의 저항으로 계엄령은 선포 이후 불과 세 시간도 안 되어 해제되었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후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완성된 약 6개월간에 걸친 일련의 과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높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지병근, 2025).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윤석열의 국회 탄핵과 파면 과정에서 한국 국민은 탄핵 찬성(‘찬탄’)과 반대(‘반탄’) 세력으로 갈라졌으며, 이 둘 사이의 갈등은 급기야는 2025년 1월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에서 볼 수 있듯 기존 제도와 공권력에 대한 전례가 없는 폭력적인 도전으로까지 번지고야 말았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이재명 신정부가 출범한 수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좀처럼 해결되지 못한 채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취약점인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강원택, 2025).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양 진영의 정치적 주장과 행동을 정당화한 공통적인 명분이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지지라는 것이다. 계엄령 선포 직후 국회로 들이닥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의 저항과 이후 꾸준히 관측된 국민 과반의 윤석열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의 기저에는 바로 한국 민주주의가 선출된 지도자의 행위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 심리였다(김효실, 2025).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의 가장 큰 이유 역시 1987년 성립한 현행 대의 민주주의 체제의 통치 구조와 기본 가치에 대한 위배였다(헌법재판소, 2025). 한편, 윤석열은 취임 직후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정부의 주된 정책과제로 강조해 왔으며(강우진, 2024, 369-70), 계엄령 선포 직후부터 가진 다섯 번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자신의 행위가 야당과 이른바 ‘종북 반국가세력’으로부터 선거제도와 자유민주주의적 헌정 질서를 지키고자 했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윤석열 정부 영상 아카이브, 2025). 한때 30%가 넘는 국민의 윤석열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을 끌어냈으며, 그의 파면 이후에도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으로 남아 있는 인물들 역시 자신들을 “자유민주주의자”로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이데일리, 2025). 즉, 한국 사회에서 서로 전혀 다른 정치적인 주장과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리고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불거진 각종 정치적 논란과 이에 따라 뚜렷하게 관찰되었던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하락을 지적했던 연구(예: 강우진, 2024; 신진욱, 2024)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의 이념형(ideal type)과 반탄 세력이 상정하고 있는 민주주의 사이에는 개념적 간극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반탄 인사들과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민주주의관(觀)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경험적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에 대해 언론과 정치분석가들이 편의적으로 ‘극우’라고 지칭하고 있으나, 과연 이들이 기존 연구(예: 황인정, 2024)가 발견한 한국 극우주의자들의 특징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학문적인 검증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얼마나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이 탄핵 찬성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경험적 자료를 통한 분석이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탄핵 찬성과 반대세력이 과연 민주주의에 대해서 신념과 지지가 있는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들 각자가 이해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속성과 특징을 나타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시민의 민주적 정향(democratic orientation)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주적 가치에 대한 지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는 기존 문헌을 따라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자들은 반대하는 응답자들보다 민주주의를 다른 정치체제보다 유의미하게 선호하면서 계엄령 선포를 반대하며, 선거부정론과 같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의심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현행 민주적 제도를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와 더불어 양성평등과 같은 일부 민주적 가치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지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자를 제외한다면, 탄핵에 대한 견해는 보다 성숙한 형태의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 여부 대신 이념적 정향과 당파성, 그리고 특정 정치 유튜브의 이용 정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탄핵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가진 유권자는 민주주의에 대해 전면적인 거부감 대신 오히려 어느 정도의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편향된 정보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으며,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가 피상적으로는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성원 간 합의가 되어 있지 못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기존 연구를 통해서 살펴본 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개념확장으로 인해 서로 대립하는 민주주의관이 등장했음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윤석열 탄핵에 대한 찬반이 민주주의에 대한 다른 이해에 바탕을 두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분석틀에 바탕을 둔 가설들을 제시한다. 4장에서는 본 연구에서 사용되는 변수들의 기술통계량과 함께, 통계분석의 결과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한 뒤, 후속 연구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Ⅱ. 과도한 개념 확장을 겪고 있는 한국민주주의
계엄령 선포를 제외한다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전개된 한국의 정치동학이 적어도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경쟁적 선거와 정치참여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이갑윤·문용직 1995, 217; Shin and Lee 2003; Yeo 2020). 그러나 이러한 ‘최소주의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의 성격과 발전경로에 대한 이해는 소위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 진영 사이, 그리고 진영 내부에서도 크게 엇갈린다. 이는 1987년 10월 국회에서 가결된 헌법 개정안이 권위주의 여당과 반독재투쟁에 함몰되었던 야당의 엘리트로 구성된 ‘8인 정치회담’에서 권력 구조와 선거와 같은 제도적 측면 외에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의제들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체 불과 두 달 남짓 만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최장집 2019, 139). 이에 학생운동과 시민사회를 포함해 자신들 나름의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던 제도권 밖의 민주화 세력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역시 자신들이 원하는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받지 못한 채 사실상 배제되었다(박동천 2006, 75; 조현연 2007, 226). 더욱이 개헌 두 달 뒤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과 그 지지자들이 후보자들의 출신 지역에 따라 분열된 상태에서 권위주의 여당이 승리하고, 1990년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등장하면서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일련의 정치적 자유화를 달성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다른 구조적인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연히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보수’ 세력과 자신들의 가치지향을 실현하지 못한 ‘진보’ 세력 사이의 이념적 간극은 뚜렷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 사이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보수 세력은 한 학자가 언급했듯이 새롭게 등장한 민주주의에 대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제도적 장치 이상의 철학적, 정치적, 정책적 이해에 실패했다(함재봉 1999, 199). 오히려 그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국가 주도적 중상주의를 여전히 긍정하면서,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것이라 믿어지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애국’과 ‘반공’과 같은 소수의 가치만을 강조하였다(김병곤 2011, 24-5). 그들에게 자유, 참여, 평등, 인권을 비롯한 민주적 가치는 국가생존과는 관련이 없는 오히려 지양되어야 할 것들이었다.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보수 세력의 경시는 2000년대 중반 이른바 ‘뉴라이트’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등장으로 인한 보수 세력의 불리해진 정치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이념적 혁신을 강조한 뉴라이트 세력은 자신들의 이념적 차별성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옹호에 기반했다(전재호 2014, 168). 뉴라이트는 당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일관된 근거에 따라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념적 빈곤에 시달리던 기존 보수세력과 차별화에 성공했으나, 그들이 지지했던 자유민주주의의 내용은 기실 개인의 경제적 자유에 대한 과도한 보장과 다를 바 없었으며, 정치적 기본권, 시민적 자유와 같은 가치의 확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더욱이 핵심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된 이명박 정권 이후 급격히 쇠퇴하여 사회운동으로서의 지속성을 상실했다(전재호 2014, 177). 이에 한국의 보수 세력은 일부 개혁인사들을 제외한다면 여전히 정당과 시민사회 모두 민주주의와는 이념적으로 거리가 먼 냉전적 반공주의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향수를 정치적 동원의 중요한 자산으로 사용했다(채장수 2018; 신진욱 2024, 157).
한편,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야당과 학생 및 시민운동으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 역시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3당 합당을 통해 권위주의 여당과의 연합을 선택한 김영삼은 1993년 집권 이후 군부 개혁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개혁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 비전 없이 추진된 세계화 정책을 비롯한 경제 사회적 개혁에 실패하여 경제위기를 초래함으로써 오히려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강문구 2002). 뒤이어 출범한 김대중 정권 역시 국회 내 여당의 소수 지위의 한계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도입으로 인해 기대를 모았던 민주적 개혁의 실행에 사실상 실패했다(최장집 2019, 162-64). 한편, 진보적 지식인들과 운동세력들은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필요한 과제들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 발굴했지만, 대부분 현실성이 결여되고 심지어 비민주적인 속성을 지닌 감상적, 추상적 담론에 머물렀으며, 무엇보다 기존 정당정치에서 대표되지 못한 유권자들에 민주적 절차를 통해 소구할 수 있는 정당을 조직하지 못했다(조현연 2007, 239-40; 최장집 2019, 258-60). 즉 이유는 다르지만, 보수 세력과 마찬가지로 진보 세력 역시 민주적 제도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모두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치 규범과 행태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2000년대 들어 보수와 진보 세력 모두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이념적 근거로 사용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참여 수단과 결합하면서 점차 변화했다. 특히 노사모라는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던 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이후 전개된 열린우리당의 성장은 시민들의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 정치개혁과 진보적 아젠다를 실현하고자 했던 인물들이 새로운 정치엘리트로 편입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강원택 2018, 21-25; 조재욱 외 2024).1) 이에 보수 진영도 2003년을 기점으로 반핵반김 국민대회와 태극기집회로 이어지는 대중의 참여를 통해 대북유화정책을 비판하고, 진보적 사회 변화에 저항하는 이념적 명분을 현존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에서 찾고자 했다(채장수 2018). 즉, 주로 반공이데올로기의 수용과 권위와 자유주의라는 두 차원에서 진행된 이념적 대결 기저에는 보수와 진보 세력이 각자 지향하는 민주주의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경쟁이 있었다(강원택 2005, 209).
문제는, 이념적·정파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각자 다른 이해의 간극이 점점 더 커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민주주의의 개념적 한계를 넘어서는 요소들마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의 출범으로 다시 지배 엘리트가 된 보수 세력은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부정은 엄두도 못 내게 해달라”(이데일리 2013/12/02)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겉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들의 민주주의 관은 4대강 사업, 방송장악, 민간인 사찰, 국정원의 여론 조작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전히 개발주의와 반공주의에 머물러 있었으며,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에 필수적인 시민적 자유와 권리의 보장에는 오히려 부정적이었다(김용철 2016). 특히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부른, 이른바 ‘비선실세’ 논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아닌 사적관계가 공적인 자원배분에 개입된 극명한 사례로 민주화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믿었던 제도적 민주주의에도 심각한 결손을 초래했다(신진욱 2016). 이러한 보수 세력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완전한 인식은 박근혜 정권의 탄핵 이후에도 정당정치 안팎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혐오와 불인정, 그리고 폭력과 같은 민주주의에서 용인될 수 없는 비자유적인(illiberal) 가치들과 결합하여 더욱 수구화되었다(채장수 2018; 강우진 2024).
민주주의가 비자유주의와 결합하는 현상은 진보 세력의 행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촛불 집회를 통해 표출된 국민적 분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이념적 차이를 떠나 다수의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여전히 기능함을 알려주었다(강우진 2024, 364-65). 그러나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힘입어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 개선을 비롯한 보다 넓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과제 대신 ‘적폐청산’의 명목으로 반대 세력과 지지자들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다. 더욱이 보수 진영의 지나친 반공에 대한 집착과 유사하게 정치적 의견대립을 과도한 선악개념과 역사적 서사에 접목하여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지닌 사람들을 ‘토착왜구.’ ‘수박’과 같이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대표하는 지도자에게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진영논리가 진보 진영에서 굳어졌다(차태서 2021, 152-54). 또한 문재인과 이재명을 비롯한 특정 정치인들과의 감정적 유대에 바탕을 둔 열성 지지층들과 유튜버들이 자신들이 도덕적 우위와 정당성을 점하고 있다는 믿음 속에 정당의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비롯한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들이 훼손되는 사례들이 일상화되었다(조재욱 외 120-25). 즉, 진보 세력 역시 비자유적인 민주주의의 이해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비자유주의에 포섭되어 마치 엿가락처럼 늘어나 버린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적 이해는 이념적 양극화를 극단화시켜 한국정치의 반정치(anti-politics)2)화를 촉진했고, 급기야는 2024년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가 보여주듯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마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현실로 나타나게끔 했다. 강우진(2024)이 언급했듯이 윤석열 정부가 국정 이념으로 내세운 자유민주주의는 실상 시민의 자유와 권리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념이 아닌 ‘법률가에 의한 법을 통한 지배(rule by law)’에 지나지 않았(강우진 2024, 370). 이러한 법을 통한 지배와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진 야당을 비롯한 기존 정치행위자와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정치적 행태를 가속했고, 급기야는 자신의 반대 세력을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하며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강연섭 2024). 이에 강성 지지층에 포섭된 야당 역시 의회 내 다수 세력의 지위를 이용하여 정권에 대한 적대감을 정부 요인에 대한 연쇄 탄핵이라는 수단으로 표출했다. 결국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는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지병근 2025, 23-24). 최소한 제도적인 수준에서 성공적인 공고화 사례로 평가받던 한국의 민주주의는 선출된 지도자에 의해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잠시나마 붕괴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엘리트뿐만 아니라 국민의 상당수가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 아래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윤석열의 계엄은 이론의 여지 없이 집권자가 비민주적 수단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 연장 혹은 강화를 위해 의회와 사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헌정 질서를 중단하는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autogolpe, self-coup)로서, 통치자에 대한 수평적, 수직적 책임성을 일시적으로나마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Cameron 1998, 125-26). 그러나 윤석열과 일부 보수 세력은 야당에 의한 국정 마비와 중앙선관위의 전산시스템 오류로 인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계엄령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지금까지 강변하고 있다(성재용 2025; 정새배 2024). 이러한 형용모순에 가까운 주장은 한 때 30% 가까운 국민적 지지를 확보했으며, 새로운 선거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등장한 현재까지도 정당정치 안팎에서 윤석열 탄핵의 부당함을 정당화하는 주요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김진호 2025).
지금까지 전문가와 언론을 비롯한 다수의 분석은 계엄을 옹호하는, 이른바 ‘반탄세력’의 존재는 정치적 양극화에 편승하여 강성보수 지지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유튜버들의 성장과 더불어 야당과 그 지도부에 대한 정서적 비호감을 비롯한 비교적 단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보고있다(박성의 2025; 정인관 2025; 박범섭 2025).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국 정부와 사회가 쿠데타를 비롯한 갑작스러운 민주주의 붕괴에 대해 지속적이고 단호하게 반대해 왔던 점을 상기해 볼 때(박재한 2004; 정태한 2005), 탄핵 반대 심리의 기저에는 장기적으로 형성된 민주주의에 대한 낮은 신념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탄핵반대의 주요 논거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수구적인 반공주의로 이해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Mackenzie 2025), 탄핵에 부정적일수록 비민주적 가치와 규범들을 민주주의의 구성요소로서 이해할 경향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의 당파성에 따른 이념적 양극화가 민주주의 전반과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견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길정아·성예진 2023; 장승진·서정규 2019),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 태도에는 기존에 언급된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 외에도 다른 요인, 특히 당시 야당 과 야당지도자에 대한 선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가정들을 경험적 증거들을 통해 학문적으로 검증하는 시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음 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찬반이 어떻게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이해와 관련이 있는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Ⅲ.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지지/반대 세력의 서로 다른 민주주의관: 연구 디자인 설정
1. 한국인의 민주주의관
본 연구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과 이후 결정된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부에 따라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다른지, 다르다면 어떠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개념적으로 과도하게 확장된 상황에서, 적어도 겉으로는 모두 ‘민주주의수호’를 주요 근거로 삼는 탄핵 찬성과 반대 주장이 얼마나 한국인들에게 설득력이 있는지를 여론조사 자료를 통해 경험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계엄과 윤석열 탄핵 이후 현재 한국인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바라보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대 민주주의는 비록 간접적이지만 시민들이 자신이 선출한 대표자들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통치자들의 행위에 책임을 묻는 제도화 된 메커니즘을 그 개념적 핵심으로 한다(Schmitter and Karl 1991, 76). 그러나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시민들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다양하며, 이러한 다양한 목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과 이해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반민주적인 규범과 가치를 민주주의의 개념적 구성요소로 이해하도록 한다(Welzel and Alvarez 2014; Cho 2015; Ulbricht 2018). 예를 들어 전 세계 55개국을 대상으로 한 월드 밸류 서베이(World Value Survey) 자료를 분석한 울브리히트(2018)는 시민들의 정치적 목표를 정부효율성, 의사결정위임, 시민참여, 사회정의 등 4가지로 분류하면서, 이러한 목표에 대한 중요도에 따라 시민들은 자신들이 민주적이라고 여기는 특정한 제도적 외형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Ulbricht 2018). 주목할 것은,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개념적 스펙트럼은 학문적 정의보다 훨씬 넓어서, 선출되지 않은 자에게 시민들의 후견인으로서 중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른바 ‘권위적 민주주의(authoritarian democracy)’를 포함한다는 점이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 역시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이 합의 가능한 단일 개념이 아니라 상호대립되는 다양한 요소들로 혼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강신구 2012; 조영호·김용철 2017; 박영득 2022; 황인정 외 2022). 예를 들어 강신구(2012)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제도적 성향을 다수제와 합의제로 구분하면서, 합의제적 가치를 선호하는 응답자일수록 현행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음을 주장하였다. 체제수준의 민주주의와 정부수준의 대의제에 대한 지지 여부로 한국인들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를 분류한 조영호와 김용철(2017) 역시 한국 유권자들의 상당수(약 25%)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정치참여 기회의 확대를 바라고 있지만 동시에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조영호·김용철 2017). 한편, 황인정 등(2022)은 국민중심주의, 반엘리트 성향, 이분법적 세계관 등을 지지하는 한국의 포퓰리스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이해하는 민주주의는 절차와 정치적 자유의 보호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대신 사회적 평등과 같은 성과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 연구 결과는 민주주의의 에 대한 이해의 다양성과 그로 인한 개념의 과도한 확장의 원인을 특정 이념적 성향과 정치제도에 대한 호불호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식된 통치 체제로서 민주주의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가치지향 내에서 반공과 경제발전과 같은 정권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한국 정치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김병곤 2011; 지병근 2013, 36-9).
따라서 본 연구는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에 앞서 상기한 선행연구에 더해 한국적 특수성이 결합한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이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정책적 목표들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를 고려함으로써, 도구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추상화 수준이 높은 잠복변수(latent variable)를 확인하는데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탐색적 요인분석(explanatory factor analysis)를 사용하였다(Jackman 2008).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25년 6월 실시된 여론조사 설문자료 가운데 응답자의 민주주의관을 알 수 있는 질문들을 변수로 가공하였다. 이 여론조사는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에서 주관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서 실시한 유권자 조사이며,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구 현황에 따른 비례 할당을 통해 표집을 하였다. 온라인 패널 조사로 수행된 이 여론조사의 총 표본수는 2,000명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 포인트이다. 요인분석에 사용된 여론조사 문항과 이를 바탕으로 가공한 변수는 표 1
표 1 요인분석에 사용된 문항과 변수 가공
| 질문 | 응답 | 가공 후 변수 이름 |
|---|---|---|
| 대통령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다음 중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 1. 전문행정관료들과 협의하여 결정 2. 국회 및 정당과 협의하여 결정 3. 국민투표처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 |
기술관료주의 반대 (1번 응답은 0으로 코딩, 나머지는 1로 코딩) |
| 선생님은 선거 및 집회/시위 등 국민들의 정치참여에 관한 다음 세 가지 의견 중 어느 것에 가장 동의하십니까? | 1.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지금보다 제한해야 한다. 2.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3.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지금보다 넓게 허용해야 한다. |
정치참여 기회 확장 (3번 응답은 0으로 코딩, 나머지는 1로 코딩) |
| 사회질서가 혼란스럽더라도,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 1. 매우 동의한다. 2. 약간 동의한다. 3.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4.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
집회 및 시위 자유 보장 (1, 2번 응답은 1로 코딩, 3, 4번 응답은 0으로 코딩) |
| 나라가 위기라도, 정부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보장해야 한다. | 상동 | 언론의 감시 견제 기능 보장 (1, 2번 응답은 1로 코딩, 3, 4번 응답은 0으로 코딩) |
| 선출직과 기업 이사에 여성 할당제를 확대해야 한다. 여성정책은 여성에 대한 특혜이다. |
1. 매우 동의한다. 2. 약간 동의한다. 3. 중간 입장이다. 4.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5.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
양성평등 (수치가 높을수록 여성정책에 대해 찬성하도록 역 코딩한 뒤 평균을 구함) |
|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 | 상동 | 친이민 (역코딩) |
| 한미동맹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 상동 | 친미 |
| 북한은 적대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다. 청소년들에게 반공/안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
상동 | 반북 (수치가 높을수록 반북정서가 강하도록 코딩한 뒤 평균을 구함) |
요인분석 결과를 통해 표 2
표 2 요인분석 결과: 한국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다차원적 이해
| 변수 | 요인 1: 도구-가치실현 | 요인 2: 감시와 견제 | 요인 3: 정치참여 |
|---|---|---|---|
| 기술관료주의 반대 | -0.1196 | 0.0512 | 0.3742 |
| 정치참여 기회 확장 | -0.0506 | 0.1179 | 0.5026 |
| 집회 및 시위 자유 보장 | -0.0731 | 0.7577 | 0.0578 |
| 언론의 감시 견제 기능 보장 | -0.0746 | 0.3830 | -0.0762 |
| 양성평등 | -0.4968 | 0.0263 | 0.1354 |
| 친이민 | -0.4773 | -0.0378 | 0.0241 |
| 친미 | 0.7803 | -0.1126 | -0.0308 |
| 반북 | 0.5730 | 0.0045 | -0.0103 |
| eigenvalue | 1.440 | 0.752 | 0.422 |
2. 연구가설설정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이후 전개된 탄핵 국면에서 양분된 정치 엘리트와 국민 모두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의 정당성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에서 찾은 현상은 과연 그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앞서 3개의 요인이 한국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 한 본 연구는 탄핵 찬성 혹은 반대 견해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가설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 가설은 비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민주주의 상대적 선호도가 탄핵 찬반 태도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것이다. 비록 민주주의가 국가마다 구체적으로 작동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정치적 대의의 대표적 기구인 정당이 경쟁을 벌이는 선거와 더불어 시민의 다양한 이익과 가치를 대변하고, 그들의 참여를 이끄는 여러 정치조직의 활동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Dahl 1971; Sartori 1976 [2005]. 22; Nový 2014). 이를 고려한다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지병근 2025, 24)”라고 명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독재체제로의 전환이 주된 목적인 전형적인 ‘행정부 쿠데타(executive coup)’이며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Bermeo 2016, 7). 더욱이 한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계엄령 선포 이후 권위주의 독재체제가 장기간 지속했던 점을 유권자 다수가 체험했으며, 설령 체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교육을 통해 학습했다. 따라서 윤석열 탄핵에 찬성할수록 다른 정치체제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더욱 강한 선호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민주주의 국가 시민들이 비민주적인 지도자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권위주의 체제 및 규범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에 있다고 본 기존 연구(예: Aspinall 2015; 양웅석 외 2018; Renno 2020)와도 합치한다.
가설 1: 다른 정치체제보다 민주주의를 선호할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할 것이다.
이후 가설들은 앞서 파악한 한국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인이 각각 윤석열 탄핵 찬반 여론과 어떻게 관련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먼저 민주주의를 반공과 친미로 대표되는 이념적 도구가 아닌, 양성평등과 소수자 보호를 비롯한 규범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체제로 인식할수록 탄핵에 찬성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는 한국의 민주화가 권위주의 체제의 이념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대안적 담론과 가치를 점진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이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탄핵 반대 여론의 배경에는 반공·친미 목소리를 내세운 세력의 조직적 동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최근의 분석에 기초한 것이다(조영호·김용철 2022; 손성배 외 2025). 또한 윤석열 정권을 포함한, 이른바 보수 정권에서 민주주의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제도적, 참여적 민주주의 원리를 상대적으로 멀리하고 심지어 훼손했다는 학계의 지적(예: 김병곤 2011; 강우진 2024)을 고려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보다 엘리트 중심의 의사결정과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 상대적으로 낮은 호감을 보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박선경 2024). 이에 대한 가설들은 아래와 같다.
가설 2: 민주주의를 이념적 도구보다 가치 실현의 정치체제로 인식할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할 것이다.
가설 3: 민주적 감시와 견제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할 것이다.
가설 4: 민주적 정치참여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할 것이다.
Ⅳ. 경험적 분석
1. 자료와 측정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찬반 의견과 민주주의의 이해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앞서 요인분석과정에서 소개한 동일한 여론조사의 자료를 이용한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윤석열 탄핵에 관한 응답자의 태도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본 연구는 여론조사 자료 가운데 다음의 두 가지 문항을 이용하였다. 먼저 “지난 12월 이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하셨습니까, 아니면 반대하셨습니까?”라는 문항을 이용하였다. 문항에 대한 응답은 찬성과 반대의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탄핵 찬성을 1, 반대를 0으로 코딩하였다. 또한 더욱 적극적인 탄핵 찬성 혹은 반대 태도를 살펴보기 위해 탄핵 찬성(‘찬탄’) 집회와 반대(‘반탄’) 집회에 참석 여부에 대한 문항을 이용하였다. 이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강한 표현 의지와 욕구가 정치적 참여 동기를 유발한다는 기존 연구에 따른 것이다(Whiteley 1995). 분석을 위해 문항에 관한 세 가지 응답(참가하지 않았다, 한 번 참가했다, 두 번 이상 참가했다)을 참석(1)과 미참석(0)으로 코딩하였다.
본 연구의 독립변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응답자의 선호와 이해이다. 우선 가설 1의 검증을 위해 한국 정치체제와 관련한 견해를 물어본 문항을 이용하였다. 문항에 대한 응답은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형태의 정부보다 더 낫다.’ ‘상황에 따라서는 독재가 더 낫다.’ ‘민주주의나 독재나 상관없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번째 응답을 1, 나머지 응답들을 0으로 코딩(변수명: 상대적 민주주의 선호)하였다. 또한, 앞서 요인분석을 통해 파악한 한국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3가지 다른 차원의 이해를 각각 독립변수(변수명: 도구-가치실현, 감시와 견제, 정치참여)로 각각 투입하였다. 이 세 연속변수는 표준화(standardization) 작업을 거쳤으므로 평균이 0에 근접하고 분산이 1에 가깝다.
독립변수와 별개로 윤석열의 탄핵 찬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통제 변수들을 추가로 투입하였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의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에 대한 응답자들의 태도를 반대(1)와 찬성(0)의 이항변수(변수명: 계엄반대)로 포함하였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장했던 부정선거론과 더불어 기존 한국 사회에 존재했던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북한개입설을 비롯한 음모론에 동조하는 태도를 각각 이항변수로 투입(변수명: 부정선거, 5.18) 하였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이념(진보에서 보수 방향, 변수명: 정치이념), 보수정당3에 대한 지지 여부(변수명: 보수정당지지), 당시 탄핵을 주도한 야당 지도자였던 이재명에 대한 강한 비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4(변수명: 이재명에 대한 반감)도 포함하였다. 이외에 최근 한국인들의 정치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보수와 진보 정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응답자들의 의존도(변수명: “보수”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 “진보”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5를 각각 투입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응답자의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특성을 통제하기 위해 교육수준, 소득수준(월평균 가구소득), 연령, 성별, 거주지역(수도권, 경상권, 호남권), 그리고 개신교인 여부를 분석에 포함시켰다. 표 3
표 3 주요 변수의 기술 통계
| 변수 이름 | 관측수 | 평균 | 표준편차 | 최솟값 | 최댓값 |
|---|---|---|---|---|---|
| 종속변수 | |||||
| 윤석열 탄핵 찬성 | 2,000 | 0.721 | 0.449 | 0 | 1 |
|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참석 | 2,000 | 0.035 | 0.183 | 0 | 1 |
|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 참석 | 2,000 | 0.144 | 0.351 | 0 | 1 |
| 독립변수 | |||||
| 상대적 민주주의 선호 | 2,000 | 0.842 | 0.365 | 0 | 1 |
| 도구-가치실현 | 2,000 | < 0.000 | 0.857 | -2.011 | 2.742 |
| 감시와 견제 | 2,000 | < 0.000 | 0.732 | -1.360 | 0.975 |
| 정치참여 | 2,000 | < 0.000 | 0.677 | -1.593 | 1.020 |
| 통제변수 | |||||
| 계엄반대 | 2,000 | 0.858 | 0.349 | 0 | 1 |
| 음모론(1)- 부정선거 | 2,000 | 0.354 | 0.478 | 0 | 1 |
| 음모론(2) - 5.18 | 2,000 | 0.223 | 0.416 | 0 | 1 |
| 정치이념(좌-우) | 2,000 | 5.169 | 2.142 | 0 | 10 |
| 보수정당지지 | 2,000 | 0.265 | 0.441 | 0 | 1 |
| 이재명에 대한 반감 | 2,000 | 0.355 | 0.478 | 0 | 1 |
| “보수”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 | 2,000 | 0.744 | 1.427 | 0 | 6 |
| “진보”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 | 2,000 | 1.504 | 1.806 | 0 | 6 |
| 개신교인 | 2,000 | 0.199 | 0.399 | 0 | 1 |
| 성별: 남성(1)/여성(0) | 2,000 | 0.494 | 0.500 | 0 | 1 |
| 연령 | 2,000 | 3.403 | 1.452 | 1 | 5 |
| 교육수준 | 2,000 | 2.477 | 0.944 | 1 | 4 |
| 소득수준 | 2,000 | 2.863 | 1.409 | 1 | 5 |
| 거주지역: 수도권 | 2,000 | 0.516 | 0.500 | 0 | 1 |
| 거주지역: 경상권 | 2,000 | 0.247 | 0.431 | 0 | 1 |
| 거주지역: 호남권 | 2,000 | 0.098 | 0.297 | 0 | 1 |
2. 통계분석결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의 수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찬반 의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탄핵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집회참석을 통해 자신의 탄핵에 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민주주의에 대해 더욱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서로 같을까? 본 연구는 다양한 통계 분석 방법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경험적인 답을 찾고자 하였다.
표 4 윤석열 탄핵에 대한 태도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 탄핵 찬성 | 탄핵 반대 | 반탄집회 참가 | 찬탄집회 참가 | 집회 불참 | |
|---|---|---|---|---|---|
| 상대적 민주주의 선호 | 0.889 | 0.719 | 0.667 | 0.917 | 0.836 |
| 도구-가치실현 | 0.210 | -0.542 | -0.509 | 0.483 | -0.063 |
| 감시와 견제 | 0.032 | -0.082 | 0.203 | 0.169 | -0.038 |
| 정치참여 | 0.046 | -0.118 | 0.020 | 0.214 | -0.038 |
구체적인 독립변수의 종속변수에 대한 영향력을 다항회귀분석을 통해 측정한 결과는 아래 표 5
표 5 회귀분석 결과
| 변수 | 로지스틱회귀분석 (DV: 탄핵 찬성 여부) |
다항로지스틱회귀분석 (준거집단: '찬탄' 혹은 '반탄' 집회 불참 그룹) |
||||
|---|---|---|---|---|---|---|
| 모델 1 | 모델 2 |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 | 탄핵 찬성집회 참가자 | |||
| 모델 1 | 모델 2 | 모델 1 | 모델 2 | |||
| 독립변수 | ||||||
| 상대적 민주주의 선호 | 0.386* (0.163) | 0.372* (0.165) | -0.327 (0.300) | -0.633* (0.316) | 0.143 (0.261) | -0.032 (0.268) |
| 도구-가치실현 | - | 0.324** (0.101) | - | 0.131 (0.212) | - | 0.426*** (0.107) |
| 감시와 견제 | - | 0.099 (0.090) | - | 0.654** (0.207) | - | 0.288** (0.107) |
| 정치참여 | - | -0.055 (0.099) | - | 0.415* (0.207) | - | 0.400** (0.123) |
| 통제변수 | ||||||
| 계엄반대 | 0.931*** (0.186) | 0.941*** (0.188) | -0.763* (0.317) | -0.689* (0.327) | 0.453 (0.344) | 0.475 (0.349) |
| 음모론(1): 부정선거 | -0.698*** (0.149) | -0.627*** (0.152) | 0.061 (0.355) | -0.016 (0.377) | -0.307 (0.219) | -0.170 (0.228) |
| 음모론(2): 5.18 | -0.511** (0.158) | -0.480** (0.162) | 0.528 (0.319) | 0.792* (0.335) | -0.497 (0.266) | -0.310 (0.278) |
| 자기평가 이념 위치 | -0.164*** (0.042) | -0.137** (0.043) | 0.034 (0.085) | 0.052 (0.086) | -0.130** (0.041) | -0.110** (0.042) |
| 보수정당 지지 | -1.118*** (0.155) | -1.083*** (0.156) | 0.712 (0.368) | 0.756* (0.376) | -0.525 (0.296) | -0.447 (0.302) |
| 이재명에 대한 반감 | -0.806*** (0.148) | -0.713*** (0.152) | -0.024 (0.368) | -0.003 (0.388) | -0.778*** (0.247) | -0.628* (0.252) |
| "보수"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 | -0.059 (0.056) | -0.048 (0.056) | 0.380*** (0.082) | 0.379*** (0.082) | 0.243*** (0.061) | 0.296*** (0.062) |
| "진보"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 | 0.099* (0.049) | 0.071 (0.050) | 0.105 (0.087) | 0.118 (0.088) | 0.335*** (0.043) | 0.282*** (0.044) |
| 종교: 기독교인 | -0.067 (0.166) | -0.037 (0.168) | -0.094 (0.326) | -0.137 (0.331) | 0.120 (0.179) | 0.150 (0.181) |
| 성별: 남성(1)/여성(0) | -0.162 (0.136) | -0.042 (0.141) | -0.164 (0.270) | -0.122 (0.278) | 0.023 (0.143) | 0.143 (0.149) |
| 연령 | -0.162*** (0.046) | -0.182*** (0.047) | -0.078 (0.095) | -0.075 (0.097) | -0.307*** (0.056) | -0.298*** (0.057) |
| 교육수준 | -0.073 (0.073) | -0.080 (0.074) | 0.028 (0.144) | 0.003 (0.147) | -0.001 (0.081) | -0.046 (0.083) |
| 소득수준 | -0.027 (0.049) | -0.027 (0.049) | 0.201* (0.100) | 0.224* (0.102) | 0.030 (0.052) | 0.041 (0.053) |
| 지역: 수도권 | 0.313 (0.185) | 0.334 (0.186) | 0.229 (0.405) | 0.342 (0.418) | 0.334 (0.229) | 0.417 (0.233) |
| 지역: 경상권 | 0.069 (0.203) | 0.095 (0.205) | -0.057 (0.453) | 0.055 (0.467) | -0.119 (0.261) | -0.024 (0.266) |
| 지역: 호남권 | 0.586 (0.325) | 0.588 (0.327) | 0.477 (0.621) | 0.629 (0.626) | -0.005 (0.289) | 0.030 (0.293) |
| 상수 | 3.515*** (0.393) | 3.361*** (0.396) | -5.067*** (0.810) | -5.181*** (0.837) | -0.958* (0.459) | -1.184* (0.470) |
| Observation | 2,000 | 2,000 | 2,000 | 2,000 | 2,000 | 2,000 |
| Pseudo R-squared | 0.349 | 0.354 | 0.190 | 0.212 | 0.190 | 0.212 |
***p<0.001, **p<0.01, *p<0.05
우선 표 5를 통해 윤석열 탄핵 찬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p<0.05) 양의 상관관계를 관찰할 수 있다. 즉,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민주주의가 다른 정치체제보다 더욱 우월하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았다. 이러한 탄핵 찬성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보다 강한 신념의 통계적 유의미성은 민주주의에 대한 세 가지 이해를 대표하는 변수들을 투입해도 변하지 않았다. 한편,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자들은 그렇지 않은 응답자들보다 유의미하게 민주주의를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강화와 시민들의 정치참여 기제로 간주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통계적으로 탄핵지지 여부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독립변수는 도구-가치실현이었으나, 그 계수는 0보다 컸다(0.324). 즉, 탄핵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민주주의를 양성평등과 이민자 수용 등 탈물질적인 가치를 대신 친미와 반공 이념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이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가설 2의 예측과는 반대로 나온 결과가 일견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조사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72.1%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제도적 민주주의의 발전에 비해 탈물질주의적 가치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지체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기존 연구(예: 양해만・조영호 2018)를 고려한다면 경험적인 정합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탄핵 찬성과 반대에 대한 견해를 집회 참석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한 응답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이해 역시 앞서 언급한 결과와 비슷하게 도출되었다. 우선 반탄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렇지 않은 응답자들에 비해 정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상대적으로 약한 신념을 가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점은, 동시에 이들은 집회의 자유 보장과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의 확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참여의 기회 확대와 같은 민주적 제도와 규범에 대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찬탄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 역시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응답자들에 비해 한국 민주주의를 시민의 정치참여와 함께 정부에 대한 반대와 견제를 보장하는 기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탄핵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응답자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신념을 가질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지만, 그 외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치와 규범에 대해서는 탄핵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응답자와 매우 유사하게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윤석열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부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통제변수들은 상기한 독립변수들의 영향력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시한다. 우선 탄핵 반대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탄집회에 참석한 응답자들은 비상계엄에 대해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직접적인 원인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위반이라고 규정된 비상계엄에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탄핵에 찬성하거나 찬탄 집회에 참석한 응답자는 부정선거와 5.18 북한개입설을 비롯한 음모론에 대해 유의미하게 반대하며,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며, 보수정당을 지지할 확률이 낮았다. 더욱이 그들은 탄핵 국면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혔던 이재명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질 확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한편, 최근 정치동원의 새로운 기제로 주목받고 있는 정치 유튜브에 대한 응답자들의 노출정도는 탄핵에 대한 견해에는 큰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았으나, 찬탄과 반탄집회 참석과는 뚜렷하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응답자들에 비해 반탄집회 참석자들은 이른바 “보수” 유튜브 채널만을 집중하여 시청할 확률이 높았지만, 찬탄집회 참석자들은 탄핵에 찬성하는, 이른바 “진보” 유튜브뿐만 아니라 보수 유튜브 채널도 다양하게 시청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예상외로 유사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당파성과 이념, 그리고 음모론에 대한 신뢰도 등의 통제변수가 윤석열 탄핵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분석에서 포함한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은 연령과 소득수준을 제외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태도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지지 않았다. 연령의 경우 모든 모델에서 나이가 적을수록 탄핵에 대해 더욱 찬성할 뿐만 아니라 찬탄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나이가 적을수록 반탄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모델 2 기준 p=0.442). 이는 지난 계엄 선포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청년들의 극우화 현상이 실제에 비해 과장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소득수준의 경우 반탄 집회 참석자들은 참석하지 않은 응답자들보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높을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소득과 적극적인 탄핵 반대 태도와의 상관관계는 그동안 언론과 학계에서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표 6 주요 독립 및 통제 변숫값의 증가에 따른 예측확률 변화
| 변수 | 증가 | 탄핵 찬성 | 반탄집회 참석 | 집회 불참 | 찬탄집회 참석 |
|---|---|---|---|---|---|
| 독립변수 | |||||
| 상대적 민주주의 선호 | 0 → 1 | 0.054 | -0.008 | 0.010 | -0.002 |
| 도구-가치실현 | min → max | 0.234 | 0.007 | -0.195 | 0.189 |
| 감시와 견제 | min → max | 0.038 | 0.022 | -0.070 | 0.048 |
| 정치참여 | min → max | -0.023 | 0.014 | -0.087 | 0.073 |
| 통제변수 | |||||
| 계엄반대 | 0 → 1 | 0.192 | -0.017 | -0.014 | 0.031 |
| 음모론(1): 부정선거 | 0 → 1 | -0.120 | -0.000 | 0.012 | -0.012 |
| 음모론(2): 5.18 | 0 → 1 | -0.089 | 0.021 | 0.002 | -0.022 |
| 자기평가 이념 위치 | 0 → 10 | -0.219 | 0.011 | 0.078 | -0.089 |
| 보수정당 지지 | 0 → 1 | -0.227 | 0.020 | 0.010 | -0.030 |
| 이재명에 대한 반감 | 0 → 1 | -0.139 | 0.001 | 0.037 | -0.037 |
| “보수”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 | 1 → 6 | -0.042 | 0.071 | -0.261 | 0.190 |
| “진보” 유튜브 채널 노출 정도 | 1 → 6 | 0.053 | 0.007 | -0.177 | 0.169 |
통제변수의 경우에는 계엄에 반대할수록, 음모론을 신뢰하지 않을수록, 이념적으로 진보적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을수록, 이재명에 대한 반감을 품지 않을수록 탄핵에 대한 찬성 의견을 표명할 확률과 찬탄 집회에 참석할 확률이 대폭 늘어났다. 특히 계엄에 대한 평가와 지지정당, 그리고 이재명에 대한 호오도는 탄핵 여론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요인들로 나타났다. 한편, 전반적으로 보수 유튜브 채널은 탄핵 반대 여론, 진보 유튜브 채널은 탄핵 찬성 여론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 것은 보수와 진보 유튜브에 노출 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보다 가장 높은 사람이 찬탄집회 참석 확률이 각각 19%와 16.9% 높다는 점이다. 이는 찬탄집회 참석자들이 반탄집회 참석자들보다 특정한 이념 성향의 정보에 일방적으로 노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Ⅴ. 결론 및 시사점
2024년 12월 3일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 이후 전개된 한국의 정치 상황은 최소한 기존의 헌정 질서와 민주적 제도가 국회의 발 빠른 계엄 해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야당 지도자였던 이재명의 당선과 신정부의 출범을 통해 정치적 혼란이 비교적 단시간 내에 극복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판결은 상당수의 정치엘리트와 국민은 여전히 윤석열의 탄핵과 이로 인한 정권교체를 심리적, 정서적으로 승복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계엄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단행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그들 나름의 민주주의관은 일종의 이론적 근거로써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전파되고 있다. 다시 말해 찬탄과 반탄 세력의 전혀 다른 정치적 해석의 근거가 적어도 겉으로는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지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찬탄과 반탄 세력이 구체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경험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의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인식에 바탕을 둔 본 연구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른바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 의해 개념적으로 과도하게 확장되어 있다는 점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후 본 연구는 여론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히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반탄 세력의 비자유적인 민주주의관을 지지자들 역시 수용하고 있는지를 개인적 수준에서 분석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 탄핵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찬성하는 응답자들에 비 해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지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적 참여와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반대를 비롯한 민주주의의 주요한 규범과 가치에 대한 신념에 대해서는 탄핵 찬성과 반대 응답자 사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더욱이 본 연구는 탄핵 반대 의사를 더욱 분명하게 표시한 반탄 집회 참석자들도 -비록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은 낮으나- 찬탄 집회 참석자들과 유사하게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의 규범과 가치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여준다는 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시한 네 가지 가설 가운데 가설 1을 제외한 나머지 가설들을 채택할 충분한 경험적 자료를 찾지 못했다.
본 연구의 결과는 탄핵 이후 이념적, 정서적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현실을 이해함에 있어 몇 가지 유용한 함의를 제공한다. 먼저 탄핵의 찬반 여부로 한국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태도의 우열을 나누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1987년 민주화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 중인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비상계엄령을 통해 권위주의 체제로의 복귀를 꾀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써 심판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민주주의의 제도와 규범에 관한 구체적인 이해는 최소한 통계적으로는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탈물질적인 가치 실현의 기제 대신 친미와 반북으로 상징되는 이념적 도구로 인식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한편,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민주주의의 제도와 규범에 대한 지지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높지만, 정작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보다 더 나은 정치체제인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확신의 수준이 낮았다. 이들의 계엄에 대한 태도 역시 유의미하게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라는 본 연구의 결과를 상기할 때, 이른바 반탄세력은 설령 계엄이 성공하여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더라도 저항할 가능성이 낮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탄핵 찬반으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의 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누가 더 성숙한 민주주의관을 지녔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경험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두 번째로 탄핵에 대한 태도를 정함에 있어 단순히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뿐만이 아닌 정파적인 이해관계와 당파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기실 독립변수 보다 탄핵 찬반 여부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변수들은 바로 이념 성향과 지지 정당, 그리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오도였다. 특히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지지와 무관하게 탄핵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탄핵 반대의 또 다른 요인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 (자신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과 야당의 정권교체가 유력해진다는 일종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을 경험적으로 뒷받침한다(정승임, 2025). 다시 말해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진행된 정치엘리트와 유권자들의 당파적, 정서적 양극화(길정아·성예진, 2023); (장승진·서정규, 2019)의 정도가 낮았다면 현재까지 진행 중인 찬탄과 반탄 세력의 정치적 갈등은 크게 완화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퇴보라는 관점에서 일부 구성원들이 왜곡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정치사회화 과정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탄핵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민주적 제도와 규범에 대한 지지 정도가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당파성에 따라 민주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정치엘리트와는 달리 유권자 수준에서는 민주주의 개념의 과도한 확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반탄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예상과 달리 민주적 제도와 규범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하게 지지를 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탄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수록 계엄 선포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선거와 5.18에 대한 음모론에 가까워질 경향이 있다는 점은 상당수의 유권자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현 정치체제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욱이 탄핵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반탄 집회 참석자들이 정보의 편향성과 왜곡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일부 정치 유튜브 채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확인한 점은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 민주주의의 대중적 기반 강화를 위해서 언론, 학계, 특히 민주주의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정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사회화 과정을 주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Levitzky and Ziblatt,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