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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Article

주민의 조직화된 요구와 제도적 응답: 필리핀 마닐라 남부 통근열차 사업에서 나타난 사회적 책무성의 작동과 한계

김다혜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

발행: 2026년 7월 · 45권 2호 · pp. 179-210

DOI: https://doi.org/10.33334/sieas.2026.45.2.179

초록

본 연구는 한국의 유상원조(EDCF)로 추진된 필리핀 마닐라 남부 통근열차 사업의 비자발적 이주 문제를 폭스(Fox 2015)의 사회적 책무성 관점에서 분석한다. 기존 논의가 개발협력 사업의 영향을 받은 협력국 주민들을 주로 피해의 대상으로 다루어 온 것과 달리, 본 연구는 이들을 책무성을 요구하는 주체적 행위자로 위치시키고, 이들의 요구 형성 및 전달 경로, 그리고 이에 대한 협력국과 공여국 정부의 응답 과정을 살펴본다. 분석 결과, 이주민들은 강제 이주 과정에서 개별적 불만을 주거권과 생계권을 둘러싼 조직화된 권리 기반 요구로 전환하였다. 주민들은 협력국 정부와 관련 기관에 직접 요구하는 수직적 경로와 공여국 정부를 향한 외부적 경로를 활용하였으며, 협력국과 공여국 시민사회는 주민조직의 활동을 지원하고 그 요구를 제도적 공간과 연결하고 공론화하는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조직화된 요구는 필리핀과 한국의 두 층위에서 책무성의 작동을 촉발하였으며, 철거유예, 이주절차의 개선, 이주계획과 이주지 생활 여건에 대한 조사 및 모니터링 등 부분적인 제도적 응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지속적인 정책 이행과 피해구제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였으며, 주민들은 원거리 이주 이후에도 생계 불안과 열악한 정착 여건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한계는 다층적 행위자 구조에 따른 응답 책임의 분산, 협력국의 국가 발전 우선 기조와 재정・집행 역량의 제약, 공여국의 경제성 중심 원조 인식과 책무성 제도의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본 사례는 주민의 조직화된 요구가 책무성 작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권리 보호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주민 요구를 수용하고 지속적인 정책 이행과 시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 협력국과 공여국의 제도적 응답 능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키워드: 사회적 책무성국제개발협력공적개발원조비자발적 이주조직화된 요구필리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