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인도네시아 민족영웅 선정에 표상된 민족주의와 통치이데올로기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발행: 2014년 1월 · 66권 0호 · pp. 237-275
DOI: https://doi.org/10.33334/sieas.2014.33.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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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논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정부사업 중 하나인 민족영웅 선정에 표상된 민족주의와 통치이데올로기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민족영웅 선정은 국가가 독점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관제 민족주의적 성격의 대서사를 강화하고, 지방을 국가에 통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민족영웅 선정 사업은 각 정권의 이데올로기를 충실히 반영하고 그 정당성을 지지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수카르노가 선정한 영웅들은 공화국 수립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군부 인사나 초기내각에서 활동한 정치가들, 민족주의 기구를 창시한 초창기 지식인들이 위주였다. 이들은 공산주의, 이슬람, 민족주의, 군부 등의 이데올로기적 세력으로 구분될 수 있었다. 당시 영웅들 중에 자바인이 많이 선정되었으므로 외곽도서인들 사이에서 영웅사업이 자바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군사정권을 연 수하르토는 군부 인사를 가장 많이 선정했고, 수백 년 전의 망자들을 영웅으로 선정했으며, 지방의 위인들을 비교적 골고루 선정하려 노력했다. 철저한 친미정권을 이끌었던 수하르토는 사회주의계나 공산주의계 인사들을 민족영웅에서 배제했다. 포스트-수하르토 기에도 이러한 선정기준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영웅선정 과정에서는 위인들의 객관적인 삶에 대한 고증보다는 정권의 정치적, 국가적 목표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력을 재해석 하는 것이 보다 중요했다.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범주로 해석될 수 있는 위인의 업적이 단순화 되거나 사실의 왜곡 과정을 거쳤다. 특히 지방의 위인들을 일괄적으로 국가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것은 다양한 지방의 시대적 관점과 자율성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영웅해석의 정부독점은 공화국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진 민중들의 영웅이나 각종 지방영웅들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또한 영웅들이 자바출신, 남성 위주, 엘리트 그룹 중심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영웅선정 사업이 선택적이며 편협적으로 역사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또한 정권수립에 도움을 준 군부 인사들의 민족영웅 선정도 정권이 바뀌면서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다. 포스트-수하르토 시대에 민주화와 언론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민족영웅에 대해 대중들의 논의도 활발해졌다. 대중들은 이데올로기, 군부, 자바, 남성 중심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비판하고, 보다 다양한 방면에 업적을 남긴 인물들로 그 선정 범주를 확대하라고 요구해 왔다. 향후 이러한 움직임이 영웅선정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는 계속 지켜보아야 할 주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