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한설야 소설의 경성/만주 표상과 비결정성의 문화지리 - 『마음의 향촌』(1939), 『대륙』(1939)을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발행: 2016년 1월 · 70권 0호 · pp. 33-74
DOI: https://doi.org/10.33334/sieas.2016.3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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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에서는 『마음의 향촌』(1939), 『대륙』(1939)을 통해 한설야 소설의 경성/만주 표상이 담지하는 해체적 국면을 살펴보았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김남천에게 있어서 만주는 국내와 대비되는 “다른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이었으며, 이때 그 ‘다른’의 내용은 부재했던 데 반해 이기영의 만주는 반근대라는 가치에 입각하여 선명하게 코드화된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설야는 『마음의 향촌』 · 『대륙』의 서사 가운데 오리엔탈 클럽이라는 스파이 집단/전쟁 기계를 배치함으로써, 제국주의에 의해 포획되어 ‘무갈등’의 시공으로 완결될 위험에 처한 경성/만주에 갈등을 촉발시켜 이들공간을 국제적 충돌·경합의 장(場)으로서 다시금 “산만히” 분화(分化)시켰다. 나아가 “동양 먼로주의”의 지하에서 끊임없이 불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묘사되는 오리엔탈 클럽은 경성/만주 간 망명을 유발함으로써 두 작품의 공간성을 연동시키는 한편, 『마음의 향촌』 · 『대륙』의 초향/조마려를 각각 스파이/협화의 딸로서 대칭적으로 형상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1939년이라는 동일 시점에 사회주의/제국주의라는 각기 다른 대주체에 대한 지향을 내포하는 것으로도 독해되는 『마음의 향촌』 · 『대륙』의 연동된 서사들은 한설야가 경성-만주를 아우르는 대동아의 지역/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상상하고자 했음을 드러낸다. 즉 대동아는 1939년이라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입장”으로 환원되지 않는, 여러 전망들이 상충하는 비결정성(Undecidability)의 공간이었다. 한설야가 추구했던 대륙문학은 개별 항행자(航行者)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잡박(雜駁)”하고 “서로 다른 정신들이 동석(同席)하며” “결론이라는 틀에 붙잡히지 않는” 포획 이전의 흐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적 욕망에 의거하여 분열을 초래하는 전쟁 기계에 초점을 맞추어 한설야 소설의 공간성을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국에 의해 코드화되는 동시에, 개별세력들의 박리(剝離) 및 융해(融解)를 유발하기도 했던 당대 문화지리의 해체적 일면을 부각시킨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나아가 공간성을 국가장치의 포획/전쟁기계의 융해라는 양방향적 운동의 산물로 파악하는 관점은 경성/만주라는 특정 장소뿐만 아니라, 제국-식민지의 공간성 전반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보다 입체적인 분석을 가능케 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